스스로를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알코올 중독 문제를 숨기고 있는 주인공 힐디 굿이 일인칭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소설 《굿 하우스》는 이런 중독과 결핍,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008년 첫 장편소설로 데뷔한 작가 앤 리어리(사진)는 두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인기 작가 반열에 들었다.
주인공은 뉴잉글랜드의 바닷가 마을 웬도버에서 부동산 중개소 일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잘 간파하는 능력 덕분에 힐디는 부동산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게이임을 고백한 남편과는 평화롭게 이혼해 친구로 지내고 두 딸은 독립했다.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그는 사실 알코올 중독자다. 딸들은 그를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에 보내지만 일을 마친 뒤 느긋해진 마음으로 와인을 들이켰을 때 온 몸에 온기가 퍼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그는 포기할 수 없다.
힐디가 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언가 결핍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에서 누군가 “나는 석 잔이 부족한 상태로 태어났다”고 고백하자 그는 본능적으로 공감한다. “결핍된 채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힐디는 늘 더 원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타인에게 애정을 느낄 때 역시 상대방이 “더”를 외칠 때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힐디뿐 아니라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무언가 결핍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힐디는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부끄럽다. 타인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작가는 힐디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일이 삶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잘 이해되는 인물을 만들어내면 이야기는 잘 흘러가게 돼 있다”고 말한 것처럼 작가 리어리의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하다. 책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술은 힐디를 궁지로 몰아넣으면서 긴박감이 높아진다. 살인에 대한 추궁, 또렷하지 않은 기억 탓에 불안감이 커지는 힐디의 모습은 처연하다. 작가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던 자신의 경험이 소설 속에 녹아들어 디테일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 19개국에 번역·출간된 이 책은 메릴 스트리프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아 곧 영화로도 제작된다.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428쪽, 1만4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