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01.94(2015년 5월29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7,505.37(2016년 2월12일)→13,490.45(2018년 1월23일).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 및 홍콩증시가 추락한 2년 전. 이들 증시에 연동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한 한국 투자자들은 ‘악몽’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들어 이들은 입가에 미소를 되찾았다. 중국·홍콩증시가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다.

작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진 덕분이다. 오는 5월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을 앞두고 글로벌 자금도 몰리고 있다. 조기상환이 안 돼 2년 이상 투자금이 묶였던 주가연계증권(ELS)은 최근 줄줄이 상환되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 중 최고 상승률

중국을 대표하는 상하이 A지수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지난 2일부터 23일까지 각각 7.26%와 15.26% 상승했다. 홍콩H지수는 올 들어 주요국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H지수는 ‘위안화 쇼크’ 직전인 2015년 6월 수준을 회복했다. 상하이 A지수는 작년 1년간 지수 상승률(6.58%)을 한 달도 안 돼 뛰어넘었다.

H지수 상승에 국내 ELS 가입자들은 안도하고 있다. 2015~2016년 홍콩증시 급락으로 ELS 원금이 손실된 규모만 2조원이 넘었지만 현재는 7631억원(공모 기준)으로 줄었다.

ELS는 최장 3년인 투자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한 번이라도 손실구간(통상 판매 시점의 40~60% 이하)으로 떨어질 경우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이 가입 시점의 80~85%까지 회복돼야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중국 펀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156개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23일까지 평균 7.56%를 나타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3.33%)보다 4.23%포인트 높다.

◆“상하이 A지수 4000 돌파도 가능”

중국증시가 연초부터 숨가쁘게 달리고 있는 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8일 발표한 작년 한 해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6.7%)보다 높아졌으며 작년 초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6.5%)를 뛰어넘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중국은 수출 일변도의 ‘절름발이’ 경제를 조금씩 벗어나 내수시장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과 금융업 등 이른바 3차 산업은 지난해 8.0% 성장해 전체 경제 성장률(6.9%)을 웃돌았다. 제조업 중심인 2차 산업 성장률(6.1%)보다 1.9%포인트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증시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하이 A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7배 수준으로 미국 나스닥종합지수(23.1배), 닛케이225(19.8배)보다 낮다. 홍콩H지수의 PER도 8.7배 수준에 불과하다.

박준흠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에쿼티사업본부 본부장은 “중국 및 홍콩증시는 과거 조정 폭이 컸던 탓에 최고점의 60~70%(상하이 A지수 기준) 수준밖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MSCI는 오는 5월부터 신흥국지수에 유입된 자금을 중국 A주에 투자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신흥국지수 편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경우 중국증시 매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연내 상하이 A지수가 4000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