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지난해 새로운 서비스로 패션시장을 뒤흔들었다. 옷을 무료로 배송해준 뒤 무료반품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들고나온 것. 입어보고 사는 새로운 방식으로 패션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아마존의 전략 일부를 보여준 서비스였다. 파격적인 서비스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한섬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업체들이 ‘아마존 따라 하기’에 나섰다. 한섬은 22일 결제 전에 집에서 옷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앳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더한섬닷컴 온라인 및 모바일 몰에서 옷을 최대 세 벌까지 골라 신청하면 전용 서비스 차량으로 집에 배송해준다. 앳홈 서비스가 가능한 ‘옷걸이’ 아이콘이 표시된 옷만 해당된다. 이를 집에서 입어본 뒤 이틀 안에 구입하고 싶은 옷만 결제하면 된다. 반품하고 싶은 상품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시간을 알려주면 직원이 찾으러 온다. 배송비도 반품비도 무료다. 세 개 상품 전부 반품해도 된다.

한섬 관계자는 “차별화된 홈 피팅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아마존, 네타포르테 등 해외 온라인몰 사례를 연구했다”며 “현재 21개 브랜드 1300여 종 옷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섬이 벤치마킹한 아마존 서비스는 ‘프라임 워드로브’다. 유료인 프라임 회원 가입자들이 최대 15개 품목까지 구매 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사이즈 때문에 온라인몰에서 옷을 사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명품 온라인 쇼핑몰인 네타포르테도 초우량고객(VIP)을 대상으로 홈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섬은 일단 VIP와 온라인몰 우수 고객 대상으로 서울 강남·송파·서초·용산·마포구에서 시범적으로 앳홈 서비스를 운영키로 했다. 서비스 대상과 지역은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앳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옷은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더캐시미어 등 자체 브랜드 8개와 폼 스튜디오,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쿠플스, 이로, MM6 등 총 21개 브랜드 1300여 개 상품이다.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도 지난 19일부터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스토어 ‘시리즈코너’에서 옷을 입어본 뒤 유료로 빌려입는 서비스다. 3일 기준 외투류는 2만5000~3만원대, 니트와 바지는 1만원, 셔츠 5000원대다. 입어본 뒤 마음에 들면 10~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한경애 코오롱FnC 상무는 “최근엔 경험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그동안 꾸준히 렌털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스타일링 렌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체들은 앞으로 더 세분화된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세정, 신원 등은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입어보거나 그 매장이 보유한 상품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개인 취향에 맞춘 옷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 진화된 서비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