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여성 단장…정치적 위상 확인 속 南과 협의 태도 주목
북한이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단장으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을 남측에 통보해 그의 위상이 작지 않음을 확인했다.

남북 대화에 나서거나 우리측에 파견되는 북측 대표단을 여성이 인솔한 경우는 2013년 6월 김성혜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북한에서 대남 사업의 전면에 여성이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현송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신임이 크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이날 사전점검단의 남측 파견을 통지하면서 인솔자인 현송월을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으로 소개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쪽에 파견하는 140여 명 규모의 예술단에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현송월은 방남 공연을 위해 임시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의 총책임자라는 얘기다.

앞서 현송월은 지난 15일 열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실무접촉 전체회의에서 현송월은 통상 차석대표 자리로 여겨지는 수석대표의 오른쪽 자리를 차지했으며, 남측 대표단을 영접할 때나 공개된 전체회의 석상에서도 웃음기 띤 여유 있는 표정을 보였다.

작년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현송월은 당시 실무접촉에 나왔던 북측 대표 중에서는 정치적 위상이 가장 높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 왕재산경음악단 가수로 활동했던 현송월은 이후 보천보전자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0년대에 창단된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아꼈던 양대 악단이다.

보천보전자악단에서 활동할 당시 북한의 히트곡이었던 '준마처녀'를 불러 일약 톱가수 반열에 오른 현송월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모란봉악단 단장을 맡으며 더욱 승승장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2년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북한 당국이 모든 예술단의 본보기로, '국보급 예술단체'로 내세우는 최고의 악단이다.

현송월은 특히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한 2012년 12월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때도 단장을 맡았다.

당시 중국 방문 공연을 위해 베이징을 찾았던 현송월 등 모란봉악단은 레퍼토리를 둘러싼 북중 양측의 갈등으로 공연을 전격 취소한 뒤 돌연 귀국했다.

이 때문에 현송월이 이번에 사전점검차 남쪽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밝힐 것은 밝히고 따질 것은 따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