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서울 강남권 등 주택가격 급등지역의 아파트 양도·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 등 탈세 혐의가 있는 532명에 대해 추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세무신고 내용 등을 연계·분석하고 금융거래정보원(FIU)과 현장 정보 등 과세 인프라를 활용해 조사 대상을 압축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번 조사는 지방은 제외하고 강남권 등 서울 가격급등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 집중했다"며 "강남·서초·송파·강동 4구 외에도 양천·광진 등 가격 급등지역의 거래를 전수 분석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탈세 자금으로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하거나 부모에게 아파트를 사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상 증여하는 등의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고 세금 신고를 누락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6년간 서울·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 40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상가를 취득한 한 50대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투기 자금을 받고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한 36세 주부는 최근 3년간 서울 강남구 등에 25억 원 상당의 아파트 4채를 샀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부친으로부터 서울 강남 아파트를 10억 원에 산 30대 초반의 신혼부부와 부친으로부터 강남권 아파트를 산 20대도 국세청이 상세한 거래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모친으로부터 아파트와 금융채무를 함께 증여받아 증여세를 줄인 뒤 나중에 모친이 채무를 변제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투명한 자금으로 강남 아파트 등 여러 건의 부동산을 사고 명의를 신탁해 세금을 탈루한 재건축 조합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최근 3년간 제주 서귀포 등 개발예정지역 부동산 수십 필지를 35억 원에 사들여 쪼개 판 뒤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주택 취득 자금을 변칙적으로 증여하는 행위가 빈번하다고 보고 현장밀착형 자금 출처조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장이 정하는 증여 추정 배제 기준도 주택에 대해서는 1분기 중 기준 금액을 낮추기로 했다.
국세청이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 증여 추정 배제 기준 금액을 높인 적은 있지만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여 추정'은 납세자의 직업·소득 등을 근거로 스스로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때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과세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다.
다만 연령·세대주 여부 등을 고려해 일정 금액 이하는 증여 추정을 배제하고 있다.
가령 40세 이상 세대주는 주택을 취득했을 때 4억원, 10년 총액으로는 5억원까지 증여 추정을 배제하고 있다. 증여 추정 배제 기준 금액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소액 증여에 대해서도 국세청의 분석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동신 국장은 "증여 추정 배제 기준은 조금씩 조정이 돼왔다"며 "종합적으로 봐서 연령·자산 종류별로 전반적으로 기준 금액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1차 조사는 지난해 8월 9일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 286명을 상대로 이뤄졌고, 9월 27일 2차 조사 때에는 강남 재건축 취득자 등 탈세 혐의자 302명이 조사 대상에 추가됐다. 3차 조사는 지난해 11월 28일 강남 재건축 취득자, 다운계약 등 255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총 843명 중 633명에 대해서 1048억 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고 나머지 210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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