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의 명암… 아르바이트 시장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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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유명 프랜차이즈 알바생 "월급 오르니 여유가 생기고 일할맛 나요"
동네 카페·PC방 알바생 "해고 압박에 밥값까지 올라 죽을맛이에요"
유명 프랜차이즈 알바생 "월급 오르니 여유가 생기고 일할맛 나요"
동네 카페·PC방 알바생 "해고 압박에 밥값까지 올라 죽을맛이에요"
지난달 초 군에서 제대한 한국외국어대 3학년 이모씨(24)는 최저임금 인상의 유탄을 맞고 있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제대 직후부터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녔지만 한 달 넘도록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방학 동안 생활비를 마련해 3월 복학하려던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씨는 “군 입대 전만 해도 PC방 카페 등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알바만 골라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막노동 자리도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을 못 구하면 생활비까지 학자금대출로 해결해야 하는데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을까봐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구인공고 올들어 11% 감소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2030 청년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던 기존 아르바이트생들은 월급이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지만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 고용된 비정규직과 구직자들은 해고 압박이나 취업난, 물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봉천동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휴학생 박모씨(21)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시급이 높은 심야시간대 알바로 쏠쏠한 용돈벌이를 해왔지만 지금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박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세 명의 알바가 돌아가면서 근무했지만 두 명으로 줄었다”며 “사장이 급기야 매출이 적은 심야시간 영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력만 2년인 강모씨(24)는 학업을 위해 잠시 중단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 강씨는 “작년만 해도 10곳 중 8곳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는데 올 들어선 한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월1~16일 기준 구인공고는 23만7062건으로 전년 동기(26만5852건) 대비 10.8%나 줄었다.
물가 올라 1시간 일해도 밥 한 끼값 안 돼
청년 창업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24)와 이모씨(28)는 “인건비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직원들을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하는데 보험료가 지원금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며 “영세업자는 제도권으로부터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올 들어 주말에도 못 쉬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홀 서빙을 돕고 있다. 그는 “친구들은 알바 월급이 올라 좋아하던데, 내 인생은 더 고달파졌다”고 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생활물가도 부담이다. 단골 국밥집을 찾은 대학생 박모씨(24)는 즐겨 먹던 메뉴가 올해부터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당황했다. 그는 “한 시간 일해도 어차피 밥 한 끼 못 먹는 건 똑같다”며 씁쓸해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1주일에 한 번은 맥딜리버리(맥도날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왔다는 자취 6개월 차 대학생 정모씨(25)는 올 들어 이용 횟수를 확 줄였다.
작년 12월30일부터 최소배달금액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배달기사의 임금도 올랐을 테니 당연한 것 같지만 모두가 이런 식이면 조삼모사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 더해라’ 은근한 눈치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누리게 된 청년들도 없지는 않다. 주로 대형매장에서 일하는 경우다. 서울 강남의 대형학원 강사 이모씨(22)는 “월급이 10만원 정도 올라 생활이 한층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정모씨(27)도 “점장이 딱히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드리미’(업무 보조)로 일하는 원모씨(26) 역시 “해가 바뀌어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면서 일하는 게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반면 동네 매장, PC방, 당구장 등 영세 사업장 알바생들은 눈칫밥을 먹고 있다.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씨(25)는 매일 사장과 벌이는 묘한 신경전에 마음이 불편하다.
이씨는 “예전엔 근무시간까지만 매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미리 와서 준비 작업을 끝내라고 했다”며 “근무시간이 끝나도 주문이 밀려 있으면 가라는 말을 안 하고 좀 더 도와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2030에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숙박업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이들 업종의 주된 소비자이자 노동 공급자인 청년층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는 청년들의 젊은 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이번 주는 최근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2030세대의 생각과 경험을 전합니다. 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왼쪽부터) 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2학기)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 등 인턴기자 4명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으로의 여행을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김수현/남정민/이인혁/이건희 인턴기자 suehyun0707@naver.com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2030 청년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던 기존 아르바이트생들은 월급이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지만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 고용된 비정규직과 구직자들은 해고 압박이나 취업난, 물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봉천동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휴학생 박모씨(21)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시급이 높은 심야시간대 알바로 쏠쏠한 용돈벌이를 해왔지만 지금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박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세 명의 알바가 돌아가면서 근무했지만 두 명으로 줄었다”며 “사장이 급기야 매출이 적은 심야시간 영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력만 2년인 강모씨(24)는 학업을 위해 잠시 중단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 강씨는 “작년만 해도 10곳 중 8곳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는데 올 들어선 한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월1~16일 기준 구인공고는 23만7062건으로 전년 동기(26만5852건) 대비 10.8%나 줄었다.
물가 올라 1시간 일해도 밥 한 끼값 안 돼
청년 창업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24)와 이모씨(28)는 “인건비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직원들을 먼저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하는데 보험료가 지원금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며 “영세업자는 제도권으로부터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올 들어 주말에도 못 쉬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홀 서빙을 돕고 있다. 그는 “친구들은 알바 월급이 올라 좋아하던데, 내 인생은 더 고달파졌다”고 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생활물가도 부담이다. 단골 국밥집을 찾은 대학생 박모씨(24)는 즐겨 먹던 메뉴가 올해부터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당황했다. 그는 “한 시간 일해도 어차피 밥 한 끼 못 먹는 건 똑같다”며 씁쓸해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1주일에 한 번은 맥딜리버리(맥도날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왔다는 자취 6개월 차 대학생 정모씨(25)는 올 들어 이용 횟수를 확 줄였다.
작년 12월30일부터 최소배달금액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배달기사의 임금도 올랐을 테니 당연한 것 같지만 모두가 이런 식이면 조삼모사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 더해라’ 은근한 눈치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누리게 된 청년들도 없지는 않다. 주로 대형매장에서 일하는 경우다. 서울 강남의 대형학원 강사 이모씨(22)는 “월급이 10만원 정도 올라 생활이 한층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정모씨(27)도 “점장이 딱히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드리미’(업무 보조)로 일하는 원모씨(26) 역시 “해가 바뀌어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면서 일하는 게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반면 동네 매장, PC방, 당구장 등 영세 사업장 알바생들은 눈칫밥을 먹고 있다.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씨(25)는 매일 사장과 벌이는 묘한 신경전에 마음이 불편하다.
이씨는 “예전엔 근무시간까지만 매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미리 와서 준비 작업을 끝내라고 했다”며 “근무시간이 끝나도 주문이 밀려 있으면 가라는 말을 안 하고 좀 더 도와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2030에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숙박업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이들 업종의 주된 소비자이자 노동 공급자인 청년층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는 청년들의 젊은 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이번 주는 최근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2030세대의 생각과 경험을 전합니다. 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왼쪽부터) 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2학기)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 등 인턴기자 4명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으로의 여행을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김수현/남정민/이인혁/이건희 인턴기자 suehyun0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