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는 26~28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2018’에 초대받은 것.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지고, 색의 미감을 강조하는 서양화와 선의 미학을 중시하는 동양화가 공존하는 작품이라는 게 초청 이유다.
미술 소재를 주로 산에서 찾는 김 화백은 이번 싱가포르 초대전 주제를 ‘치유의 색’으로 정하고, 산들이 내뿜는 원색을 화면에 아우른 단색화 20여 점을 건다. 작가는 “전후 일본 미술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인 모노파(物派)의 중심에는 한국 화가들이 있었다”며 “싱가포르 화단에 한국 단색조 회화의 세계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로 풀어낸 그의 대표작 ‘꿈의 산’ 시리즈는 ‘선율의 회화’로 불린다. 외형을 본떠 베끼는 게 아니라 선(禪)적인 무아의 경지를 추구한다. 그는 “점점이 놓인 화려한 색감과 자연의 경이로움으로부터 젠(Zen·禪)의 개념을 찾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며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묵직한 산의 형상에는 다양한 색깔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의 작품에는 색 덩어리가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색 덩어리의 미적 관계가 아니다. 치유와 운명, 소통, 황홀 등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물감을 버무린 캔버스에 붓으로 수만 번 투명한 듯 맑은 색의 붓질을 해 완성하는 산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작가는 그동안 설악산 지리산 도봉산 팔공산 등 전국 명산을 답사하며 산을 추상 형태로 채색한 뚝심을 자랑해 왔다. 김 화백은 “우리의 산을 보면 색광이 나온다”며 “청아한 산의 에너지로 끝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영혼을 치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