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공룡' GE 또 휘청… 자금난에 분사까지 고려
세계 최대 산업 인프라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보험 부문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그룹 분사(breakup)까지 고려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제조업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GE는 최근 실적 악화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이마저 신통치 않자 분사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하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GE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존 플래너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구조조정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주요 사업부를 독립된 법인으로 분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GE의 핵심사업 분야인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 혹은 분리 후 매각(spin-off)해 곤두박질친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플래너리 CEO는 "회사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포트폴리오를 위한 최상의 구조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GE를 개조한다는 목표 아래 계속해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은 오는 봄에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분사를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은 GE의 보험금융 분야인 GE캐피털이 지난해 4분기 62억 달러(6조6천억 원)에 달하는 세후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나왔다.

이러한 '어닝쇼크'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GE의 주가는 2.9%나 급락했다.

이는 GE캐피털의 모기업인 GE가 채무 손실을 메꾸기 위해 향후 7년간 150억 달러를 배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GE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GE가 분사까지 고려할 정도로 추락한 데에는 비행기 랜딩기어부터 병원 인큐베이터까지 만드는 문어발식 경영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GE는 전임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CEO의 지휘 아래 전력과 헬스케어, 금융,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잘못된 시장 전망에 따른 과도한 투자와 경영진의 오판이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위기에 빠졌다.

이에 GE는 CEO 교체를 시작으로 회사의 뿌리와도 같은 조명, 철도 사업을 매각하고, 배당금을 축소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위기를 극복하진 못했다.

로버트 살로몬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WSJ에 "GE는 지나간 시대의 유물과 같은 회사다"라며 웰치 전 CEO에 대한 추앙 탓에 GE가 다른 기업들은 다 실패했던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게 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