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지난해 6월 타가세포 유래의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이식한 70대 남성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에게서 망막이 부어오르는 등 합병증이 발견돼 망막의 앞부분인 망막전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지난 15일 단행했다.
RIKEN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든 iPS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실명을 일으키는 난치병인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이식한 이래 지금껏 총 5명에게 이식수술을 시행했다.
임상시험을 담당한 연구팀은 합병증의 원인으로 망막세포가 담긴 주사제를 환자에게 주입하는 과정에서 새거나 역류했을 가능성을 꼽았다. 연구팀은 "사전 혈액검사 결과, 이번에 합병증이 발견된 환자의 혈액에서는 새로 주입되는 망막세포에 대한 면역거부 반응이 없었다"며 이번 합병증이 면역거부 반응에 기인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환자 본인의 세포에서 유래한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이뤄졌다. 수술 이후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연구팀의 예상대로 환자의 시력 저하는 멈췄고, 가장 우려됐던 암세포로의 변이도 발견되지 않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가세포를 활용한 방식은 세포를 배양하고 이식하는 데 1억엔(약 10억원)가량의 비용이 들고, 10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등 상용화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RIKEN을 포함한 iPS세포 연구기관들은 타인의 세포로 만든 iPS세포를 미리 비축해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일본에서는 타인의 세포를 이식했을 때 일어날 면역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교토대 iPS세포연구소(CiRA)를 중심으로 특이한 면역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세포로 만든 iPS세포를 비축해왔다. 현재 일본인 30%까지는 면역거부 반응 없이 이식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iPS세포 제작법을 개발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CiRA소장은 "2020년까지 커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합병증 발생이 임상시험 실패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임상시험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iPS세포가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로 알려진 암세포로의 변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총괄한 다카하시 마사요 RIKEN 프로젝트 리더는 "배아줄기세포에서도 이식 과정에서 합병증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며 "iPS세포라서 합병증이 생긴 것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명으로 이어질 정도의 중증이 아니고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며 "(이번 합병증 발생이) 향후 임상시험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