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학굴기' 박차…방대한 군용기 수요, 기술도약 촉진
'과학 굴기(堀起)'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세계 일등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 제트엔진 장비와 기술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생산의 중심지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에서 파견된 대표단이 올해 초 독일을 방문해 고성능 제트엔진에 쓰이는 터빈 블레이드 제조장비와 기술 수출을 논의할 예정이다.

터빈 블레이드는 연료의 연소에서 나오는 열을 운동 에너지로 바꾸어 비행기 동력을 확보하는 제트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그 품질은 비행기의 안전과 내구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개발한 터빈 블레이드는 레이저 빔으로 표면에 극도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공기를 통과시킴으로써 냉각 기능을 향상했다.

기존 합금보다 수백℃ 더 높은 온도를 견디는 단결정 합금 기술도 적용했다.

중국이 이처럼 제트엔진 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국 공군의 방대한 군용기 수요 덕분이다.

중국은 1천700대 이상의 군용기를 보유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군용기 보유국이며,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 화중(華中)과기대학의 펑지아휘 교수는 "방대한 국내 수요 덕분에 중국이 뛰어난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처럼, 중국 공군의 거대한 수요로 제트엔진을 자꾸 만들다 보니 기술이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J-20' 스텔스 전투기에 쓰인 'WS-15' 터보팬 제트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중국은 이 엔진이 록히드마틴 사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에 쓰여 세계 최고의 군용기 엔진으로 평가받는 프랫앤휘트니(P&W) 사의 'F119' 엔진에 필적한다고 자부한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전술 스텔스 제트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군용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비행기 제조에도 뛰어들어 'C919' 여객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또한, GE 등 세계적인 엔진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많은 중국인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귀국한 것도 중국의 비행기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줬다.

독일 측 파트너와 1차 접촉을 마친 중국은 양국의 협력을 자신하고 있다.

중국이 독일에 터빈 블레이드 기술을 전달하고, 중국은 독일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압축기 기술 등을 배운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비행기 엔진 시장에 도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비행기 엔진 시장은 GE, 프랫앤휘트니, 롤스로이스, CFM 등 미국, 영국, 프랑스 3개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 첨단 기술을 수출한다면 중국의 '과학 굴기'도 전 세계에 드높일 수 있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말에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를 생산한 독일은 비행기 부품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터빈 블레이드 등을 유수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다만 민항기는 물론 군용기에 쓰일 수 있는 비행기 엔진 기술의 교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한 제트엔진 과학자는 "독일이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은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중국과 독일의 협력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