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 시장 변화를 시차 없이 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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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천국서 혁신기지로 변신한 중국
급변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박래정 < 베이징 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ecopark@lgeri.com >
급변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박래정 < 베이징 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ecopark@lgeri.com >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국제선 이착륙 안내 전광판을 보고 있노라면, 거의 절반이 한국을 오가는 비행편이라는 데 놀란다. 베이징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대략 1000㎞로 상하이 푸둥공항보다 가깝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탓에 줄기는 했지만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4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도 수백만 명 선으로 홍콩, 대만을 제외하면 사실상 외국인 중 가장 많다. 중국에 사무실을 낸 한국 기업이나, 유학·연수 중인 한국인은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중국 대중매체의 주요 콘텐츠가 불과 몇 시간이면 한글로 번역돼 휴대폰 화면에 뜨는 세상이니, 이쯤 되면 한국 사회는 중국의 변화상을 거의 시차 없이 꿰고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그 편리함을 체감한 핀테크 서비스는 이미 4년 전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한 해 전 국유 통신기업들이 4세대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잠재력이 만개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며 느긋해 하는 사이, 중국은 7억5000만 명에 이르는 네티즌을 엮어 선진 융합서비스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홍콩 바로 북쪽에 자리잡은 광둥성 선전시는 2000년대까지도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짝퉁(山寨·산자이)의 소굴’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2007년 휴대폰 생산자격제가 폐지되자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IT업계의 하드웨어 실험공간으로 부상했다. 설계, 디자인부터 부품 구매, 조립 생산까지 가치사슬 단계마다 수백 개씩 전문업체가 몰려 있어 단시간에 막대한 물량을 싸게 찍어내는 데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한국 IT 기업들이 선전의 스피드 경영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로 미국 일본보다 빨랐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의 중국 시장 변화가 규모나 속도 면에서 인류사에 기록될 엄청난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국의 변화에 동조(同調)하지 못한 기업도 무수히 많았다. 프리미엄의 기준이 몇 년마다 상향 조정되는 중국 소비시장에서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이 번번이 범용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장 인식의 시차 때문일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최소 몇 개월 걸리는 대기업은 어쩌면 영원히 철 지난 전략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 시장의 변화를 ‘천동설’ 식으로 해석하는 기업도 뒤처지긴 마찬가지다. “개혁개방 초기와 달리 외국 기업은 (정부 편향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살아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인이 많아졌는데, 중국 시장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게 우선일 듯싶다. 설사 중국 토종기업일지라도 시장 이윤 대부분을 외국으로 빼돌리고 경쟁력을 지키려는 재투자에 무관심하다면 변화에서 도태하고 만다.
지난해부터 한국 내 중국 담론은 사드 갈등 탓에 중국 내 부정적인 정책 환경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내 분위기는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외자정책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한 차원 높은 시장개방을 목표로 잰걸음에 나섰던 공산당이 지난해 7월 중앙재경소조회의에서 외국 기업들을 ‘어항의 메기’처럼 혁신의 촉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잔뜩 움츠린 사이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강자들은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기대하며 중국 파트너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키지 않는 실상이더라도 보조를 맞춰야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래정 < 베이징 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ecopark@lgeri.com >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탓에 줄기는 했지만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4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도 수백만 명 선으로 홍콩, 대만을 제외하면 사실상 외국인 중 가장 많다. 중국에 사무실을 낸 한국 기업이나, 유학·연수 중인 한국인은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중국 대중매체의 주요 콘텐츠가 불과 몇 시간이면 한글로 번역돼 휴대폰 화면에 뜨는 세상이니, 이쯤 되면 한국 사회는 중국의 변화상을 거의 시차 없이 꿰고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그 편리함을 체감한 핀테크 서비스는 이미 4년 전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한 해 전 국유 통신기업들이 4세대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잠재력이 만개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며 느긋해 하는 사이, 중국은 7억5000만 명에 이르는 네티즌을 엮어 선진 융합서비스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홍콩 바로 북쪽에 자리잡은 광둥성 선전시는 2000년대까지도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짝퉁(山寨·산자이)의 소굴’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2007년 휴대폰 생산자격제가 폐지되자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IT업계의 하드웨어 실험공간으로 부상했다. 설계, 디자인부터 부품 구매, 조립 생산까지 가치사슬 단계마다 수백 개씩 전문업체가 몰려 있어 단시간에 막대한 물량을 싸게 찍어내는 데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한국 IT 기업들이 선전의 스피드 경영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로 미국 일본보다 빨랐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의 중국 시장 변화가 규모나 속도 면에서 인류사에 기록될 엄청난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국의 변화에 동조(同調)하지 못한 기업도 무수히 많았다. 프리미엄의 기준이 몇 년마다 상향 조정되는 중국 소비시장에서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이 번번이 범용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장 인식의 시차 때문일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최소 몇 개월 걸리는 대기업은 어쩌면 영원히 철 지난 전략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 시장의 변화를 ‘천동설’ 식으로 해석하는 기업도 뒤처지긴 마찬가지다. “개혁개방 초기와 달리 외국 기업은 (정부 편향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살아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인이 많아졌는데, 중국 시장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게 우선일 듯싶다. 설사 중국 토종기업일지라도 시장 이윤 대부분을 외국으로 빼돌리고 경쟁력을 지키려는 재투자에 무관심하다면 변화에서 도태하고 만다.
지난해부터 한국 내 중국 담론은 사드 갈등 탓에 중국 내 부정적인 정책 환경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내 분위기는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외자정책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한 차원 높은 시장개방을 목표로 잰걸음에 나섰던 공산당이 지난해 7월 중앙재경소조회의에서 외국 기업들을 ‘어항의 메기’처럼 혁신의 촉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잔뜩 움츠린 사이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강자들은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기대하며 중국 파트너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키지 않는 실상이더라도 보조를 맞춰야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래정 < 베이징 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ecopark@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