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톰보이·보브, 토종 '메가브랜드' 등극
타임 구호로 대표되던 토종 여성복 ‘메가브랜드’ 대열에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가 합류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메가브랜드가 되면 시장에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메가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올리비아 하슬러에 이어 올해는 NII(니), 쿠론 등도 ‘토종 메가브랜드’에 합류할 전망이다.

◆“10~20대를 잡아라”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지난해 1100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4.6% 증가했다. SI가 스튜디오 톰보이를 리뉴얼하기 전인 2015년 매출(830억원)과 비교하면 32.5% 늘었다. 보브는 2년 연속 900억원대이던 매출이 지난해 1050억원으로 올라섰다. SI 관계자는 “두 브랜드가 각각 40년, 20년 된 해에 이룬 성과로 의미가 남다르다”며 “올해는 매출 목표를 스튜디오 톰보이 1200억원, 보브는 1100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톰보이·보브, 토종 '메가브랜드' 등극
스튜디오 톰보이가 메가브랜드 대열에 오른 건 디자인과 가격을 세분화해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토종 브랜드이기 때문에 외국 브랜드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6년 말 브랜드명을 바꾸면서 총 다섯 가지 라인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디자인도 10~20대 취향을 많이 반영했다. 지난해엔 유행하는 체크 무늬를 적용한 트렌치코트, 재킷, 치마, 바지 등을 내놔 한 달 만에 ‘완판(완전판매)’을 기록했다. 특히 롱코트는 3차 재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최신 트렌드를 빨리 반영한 옷을 좋은 가격에 내놔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3년 안에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올해는 더 다양한 디자인과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보브, 토종 '메가브랜드' 등극
보브의 지난해 매출 증가는 무스탕, 코트 등 외투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400만~500만원대인 가죽 무스탕을 200만원대로 내놔 매출이 137% 급증했다. 추워지기 전에 미리 내놓은 코트류는 전년보다 매출이 24% 증가했다. 10~20대가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을 ‘#VX’ 제품군으로 내놓고, 아동복 라인 ‘V주니어’를 선보이는 등 제품군을 세분화한 것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메가브랜드 서열다툼 ‘치열’

패션그룹형지의 여성복 올리비아 하슬러도 지난해 100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10주년을 맞아 전국 250개 매장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덕분이다. 브랜드 로고를 바꾸고 젊은 층 유입을 위해 특가 상품, 여행권 등 경품 이벤트 등을 벌였다.

스튜디오 톰보이·보브, 토종 '메가브랜드' 등극
올해는 메가브랜드 내에서 서열 다툼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찌감치 메가브랜드 대열에 이름을 올린 타임은 지난해 2070억원, 시스템은 1250억원, 올리비아로렌은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성복 구호, 샤트렌은 지난해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1100억원의 매출을 낸 이랜드그룹 여성복 미쏘는 올해 상반기 남성복 미쏘맨을 내놓는 등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어떤 브랜드가 메가브랜드에 합류할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 높은 건 세정의 캐주얼 브랜드 NII다. 지난해 930억원의 매출을 낸 데다 올해 10~20대를 겨냥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코오롱FnC의 잡화 브랜드 쿠론은 매출이 900억원 언저리에 있다.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브랜드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메가브랜드 입성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