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라 제거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개발자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이 프로그램은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 잉카인터넷 ‘엔프로텍트’ 등 60여 가지 보안 프로그램을 클릭 한 번에 지워준다.
이 같은 보안 프로그램은 인터넷뱅킹이나 정부,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에 접속해 업무를 보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키보드로 입력하는 내용이나 오가는 거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련 작업을 마쳐도 컴퓨터 메모리(기억장치)에 계속 남아 작동하면서 컴퓨터를 느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인터넷뱅킹을 쓰고 나면 컴퓨터가 심하게 느려진다” “자동으로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게 꺼려져 스마트폰 뱅킹만 쓴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조현준 씨(30)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보안 플러그인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주소를 담은 블로그 글은 페이스북에서만 ‘좋아요’ 2500여 개를 받았다. 자신을 전직 개발자라고 밝힌 블로그 운영자 K씨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보안모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완성도가 엉망인 것도 있어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보안업체들은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안 플러그인이 작업 뒤에도 계속 메모리에 남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