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계약 해지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오름폭이 2억~3억원에 달하는 등 위약금보다 큰 까닭이다.

3일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구 현대 1~2차(사진) 한강변 단지에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고 매물을 회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10월 말 36억~37억원에 계약하고 계약금도 주고받았지만 중도금 납부 시점을 앞두고 시세가 급등하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이다.

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금의 두 배를 매수인에게 지급해야 한다. 매도인이 계약 당시 받은 계약금은 3억6000만원이다. 여기에 3억6000만원을 보태 7억2000만원을 매수인에게 내줘야 한다. 집주인으로선 3억6000만원을 날리는 셈이다. 그럼에도 계약을 해지하는 게 이익이다. 이 주택형은 두 달 만에 6억~8억원가량 올라 지금 시세가 42억~45억원에 달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확신에 되팔기보다는 보유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2일엔 신현대 182㎡ 주택형을 37억원에 매매하기로 하고 만난 매도자가 계약 직전 매물을 회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매수자가 앉은 자리에서 5000만원을 더 주기로 하고 간신히 계약이 성사됐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총계약금의 일부를 냈더라도 시세가 뛰는 걸 보고 매도 철회 의사를 밝힌 집주인이 많다”며 “계약금 중 1000만원을 받은 집주인이 2000만원을 뱉어내는 사례를 이 일대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는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유독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구 현대 4차 전용면적 118㎡ 주택형은 12월 마지막주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이 불과 열흘 전 32억원에 팔린 바 있다.

서울 대치·도곡동,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분당신도시 등 올겨울 들어 매매가격이 수억원씩 급등한 지역에서도 해약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전했다. 위약금을 물어준 뒤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 더 이익인 까닭이다.

압구정동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해약당한 쪽은 앉은 자리에서 2억~3억원의 거금을 번 셈이지만 집값이 더 큰 폭으로 달아나버린 까닭에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해약을 막기 위해 매도인 통장으로 중도금을 미리 이체하는 이도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도금까지 받은 상황에선 매도인이 해약할 수 없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