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이 서울대에 입주했다. 삼성전자 조직이 대학 캠퍼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례적이다.

2일 서울대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C랩에서 육성하는 프로젝트팀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대 안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소에 입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벤처기업 특성상 기술과 인력 등 외부 자원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 서울대에 입주했다”며 “삼성전자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한 수원 디지털시티의 C랩 조직과는 이원화돼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C랩은 2012년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치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사업화하면 별도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독립하거나 관련 사업부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할 기회를 준다. 최근까지 200여 개의 프로잭트팀이 운영돼 32개 팀이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60여 개는 삼성전자의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조직이다. 착용만 하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벨트를 선보인 웰트, 목소리로 음을 내면 음표로 옮겨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한 쿨잼컴퍼니 등이 C랩에서 나온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공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의 기술 인프라와 창업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해 C랩의 서울대 입주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에는 2016년 문을 연 창업가정신센터를 중심으로 공대와 의대, 자연대 등에 7개 창업센터가 있다. 작년 12월에는 서울대 인근 고시촌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하는 등 창업 생태계도 활발하게 조성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C랩에 있는 프로젝트팀이 서울대와 기술 및 인력을 교류하며, 스타트업으로 독립한 뒤에는 서울대 인근 스타트업 캠퍼스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8’에서도 C랩의 우수 과제와 스타트업을 소개할 계획이다. 기술 및 제품으로는 스피커 앞의 사용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S레이’, 전신마취 수술 후 폐호흡 운동을 도와 합병증을 예방해주는 ‘Go브레쓰’ 등의 제품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난해 8월 공개돼 큰 관심을 끈 저시력 장애인용 시각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도 CES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소개한다.

C랩에서 독립한 스타트업도 CES에 전시관을 차린다.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 업체인 링크플로우 등 7개 업체다.

황정환/노경목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