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사들이 새해부터 적용되는 새 규제에 대응하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3일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새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은행, 자산관리사, 연금펀드, 주식거래 등을 대상으로 규제 수위를 높인다.

이 때문에 유럽에 본부나 지사를 둔 금융사들은 새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지난해만 20억 달러(2조1천억 원)가 소요되는 등 비용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오피마스에 따르면 MIFID II 도입으로 금융계에서 필요로 하는 비용이 25억 유로(3조2천억 원)에 달하며, 대형 은행은 4천만 유로를 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MIFID II에서는 거래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 규제에서는 리스크를 줄인다는 목표로 거래 정보를 구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투자 주문이 실행되기 전부터 채워 넣어야 할 조항이 65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인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관계자는 "거래 보고 조항이 실제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금융 시장이 정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은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할 것"이라며 "고객 중 일부는 가동 준비가 되기까지 초기 며칠 동안 유동성을 어디 둬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MIFID II 여파는 유럽을 넘어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대형 투자은행 임원은 "(MIFID II에는) 막대한 비용이 숨겨져 있으며, 큰 골칫거리"라면서 "우리는 MIFID II에 대응하는 데 이미 수백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MIFID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 확산을 목표로 2007년 11월 유럽 국가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이번에 시행되는 두 번째 MIFID는 시장 투명성 강화, 거래 정보 비용 감축 등을 골자로 했다.
EU, 새해부터 투자시장 규제 강화… 금융계 비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