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올해 은행산업이 5% 안팎(명목 기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산업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를 일제히 꼽았다. 대부분의 은행장들은 디지털금융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올해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의 은행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이 벌인 ‘2018년도 경제전망과 경영계획’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답했다.
“올해 은행산업 녹록지 않다”

은행장들은 대부분 올해 한국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2.9~3.1%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나 한국은행, 주요 연구기관의 전망치와 비슷했다. 은행산업의 성장률 전망치(명목 기준)는 4.7~5.1% 범위에 있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은행 대출이 5.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명목 경제성장률 4.7% 수준에서 은행 성장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은행장들은 올해 은행산업의 핵심 리스크로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가계 소득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금리상승으로 일부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고, 금리상승과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금리상승으로 이자수익은 늘겠지만 동시에 대출자산 부실 확대로 충당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 행장은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은 다소 증가하겠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및 규제비율 관리 강화로 손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올해 건설투자 및 설비투자 감소가 은행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혁신 주도할 것”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디지털금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이 상용화돼 은행들의 디지털금융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고객 중심 디지털금융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올해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 등 전 사업부문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여기에 글로벌 사업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함 행장은 “성장 지역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동남아시아 지역 위주로 현지화 및 사업다각화를 이루겠다”며 “2020년까지 은행 순이익의 30%를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보였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국내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저금리 속에서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농협은행은 특히 WM(자산관리)부문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잡았다. 이 행장은 “지주 내 전담조직을 신설해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농협은행 자체로도 WM사업단을 만들어 부동산·회계·세무 등 자산관리 컨설팅 수준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