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중소기업 대출 늘리고 인터넷은행과 경쟁"
이대훈 농협은행장 내정자(사진)는 “농협은행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앞세워 중소·중견기업으로 사업 기반을 넓힐 생각”이라고 26일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를 단독 추천했다. 이 전 대표는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농협은행장에 취임한다.

이 내정자는 기자와 만나 “은행이나 상호금융에서 영업에 힘쓴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며 차기 농협은행장 내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선 농협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디지털 부문은 수익성보다 인터넷은행 등과의 점유율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디지털과 온라인 부문에서 1등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내정자는 인터넷은행 및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점포에서 적극적으로 관계형 금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점포 수를 얼마만큼 유지하느냐는 점포가 얼마만큼 관계형 금융을 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지에 달렸다”며 “수익을 내 농민을 돕는다는 농협은행의 목표는 관계형 금융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지점마다 목표치를 주고 달성했는지를 살피는 식의 밀어내기식 영업은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농협이라는 테두리가 튼튼해야 농협은행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협은행을 이용하면 농민을 돕는다는 생각에 농협을 이용하는 고객이 상당수”라며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금고를 농협은행에 맡기는 데는 그런 철학이 깔려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을 연계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내정자는 “상호금융에서와 같이 도·농이 협력하는 금융상품을 개발할 생각”이라며 “농협은행을 농민과 도시민을 동반자 관계로 엮는 허브로 만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호금융에서 도시민과 농민의 상생 상품인 ‘행복이음패키지’를 선보여 넉 달 만에 10조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상품에 가입하면 농·축협과 상호금융이 ‘아름다운동행기금’을 출연한다. 기금 규모에 따라 ‘행복이음목돈플러스적금’에 가입한 농업인에게 최대 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이 내정자는 “농협은행 임직원이 농민을 돕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잘 지키는 것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농협은행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본점 차원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현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현장을 누비면서 직원들과 소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1960년 경기 포천 출신으로 동남종합고와 농협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지역농협인 포천농협에 입사했다. 농협은행에서 프로젝트금융부장, 경기영업본부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역영업본부장으로서 뛰어난 영업 실적을 올렸으며 상호금융 대표 때는 연체율을 대폭 낮춰 건전성을 개선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