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건축사사무소 근무 환경과 복지 해결에 관한 촉구의 글’이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설계사무소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크게 악화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프리즘] 설계사무소 근무환경 어떻길래
지난 12일 시작된 이 청원은 내년 1월1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다. 청원 참여 인원은 17일 현재 1만3000여 명을 기록 중이다. 이 청원은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많은 건축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청원인은 “대부분 설계사무소가 열정페이를 당연한 듯 여긴다”며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라’는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금이 낮고, 그나마도 밀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인격모독은 기본적으로 이뤄지고 야근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일의 대가가 정확하게 이뤄지는 삶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은 동의한다는 반응을 주로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건강하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건축문화를 이뤄갈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설계업계 한 종사자는 “수주를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한 데다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주는 구조가 많고 건축주의 인식도 낮아 저가 경쟁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공 발주처의 잘못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용역 기간을 정할 때 ‘공휴일 포함 300일’ 같은 조건을 다는 것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종사자는 “과업지시서에 공휴일도 쉬지 말고 일하라고 쓰여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설계업계의 고착화된 비리를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무자격자가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하는 설계사무소도 많다”고 우려했다.

연관 업종 종사자 역시 동병상련의 심정을 전했다. 한 네티즌은 “인테리어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복지와 근무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