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4일 오후 3시40분
[마켓인사이트] '자원개발 원조' 삼탄 "광산 신화 키데코 매각"
[마켓인사이트] '자원개발 원조' 삼탄 "광산 신화 키데코 매각"
유연탄 채굴 기업 삼탄이 창립 55년 만에 가장 큰 승부수를 던졌다. 1980년대 해외 자원 개발의 상징으로 통하는 인도네시아 광산개발 합작법인 키데코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키데코는 삼탄의 전체 매출 가운데 94%를 올리는 핵심 중 핵심 자산이다. 삼탄이 업(業)을 바꾸는 차원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산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탄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합작법인 키데코 보유 지분 49% 가운데 40%를 2대주주인 인디카에너지에 넘기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3대주주인 무지도 보유 지분 5%를 인디카에너지에 팔았다. 총 거래 규모는 6억7750만달러로 삼탄은 이 중 6억2220만달러(약 6700억원)를 손에 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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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데코는 1982년 삼탄이 인도네시아에 합작으로 설립한 유연탄 채굴 및 판매 회사다. 현지 광산인 파시르 광산 채굴권을 보유하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유연탄을 전 세계에 팔고 있다. 파시르 광산 면적은 서울의 84%에 해당하는 5만921ha로, 단일 광산으로는 전 세계 5위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국내 석탄사업이 하향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삼탄이 발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유상덕 회장(사진)이 파시르 광산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전언이다. 초반에는 유연탄 시세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995년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년간 삼탄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의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삼탄 전체 매출(1조5457억원)의 94%에 해당하는 1조4481억원을 키데코가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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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이 이 같은 핵심 사업을 파는 ‘초강수’를 둔 것은 자원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키데코 비중이 과도하게 불어나면서 경영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2010년 이후 불어닥친 석탄가격 하락세는 직격탄이 됐다. 2011년 99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조클럽’을 눈앞에 두기도 했으나 이듬해 8696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내리막길을 타더니 지난해는 238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5년 만에 이익 규모가 5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여기에 파시르 광산과의 조광계약 만료 시점이 2023년으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삼탄이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과감한 변신을 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든든한 ‘실탄’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다른 자원·에너지 분야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탄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1조2839억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로 약 7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2조원에 이르는 여유 자금을 쥐게 된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5.79%에 불과하다.

삼탄은 2013년 STX에너지(현 GS E&R) 인수전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화력발전 업체인 GS동해전력 지분 15%를 118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정소람/이동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