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됐는데 금리마저 오르니 자칫 문 닫는 기업이 줄을 이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건자재업체 K사장은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K사장이 걱정하는 것은 단순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아니다. 지속적인 인상 가능성과 더욱 까다로워진 대출심사를 걱정하고 있다. 마치 삼각파도를 만난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는 “몇 달 전부터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기 시작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로 자금 수요는 늘어날 판인데 여기에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이어 금리까지 올라… 중소기업·소상공인 "내년 버틸 수 있을지"
서울에서 건강기능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B사 대표도 “창립 20년 된 우리 회사조차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자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데 기준금리마저 오르니 기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대출이 어렵고 이자 부담도 크므로 일반적 영업활동만 하고 마케팅 비용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고 관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중소기업 폐업위험도는 7.0~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순영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 못지않게 걱정인 것은 보수적인 금융시스템”이라며 “지금처럼 은행이 담보와 재무제표에만 의존해 대출을 해주면 금리 인상기에 중소기업 자금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평가나 관계형 금융 등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과감하게 중소기업 대출을 결정하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계약이 60%를 초과해 금리 인상 영향이 중소기업계 전반에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체감경기 부진, 원화 강세 속에서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이라 중소기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현재 692조2000여억원으로 지난해 말 590조2000억원에 비해 17.3%나 급증했다.

소상공인업계에서도 내년도 금리 인상에 대해 “줄도산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업계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521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 규모를 안정시키고자 내놓은 정책이지만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폐업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개인사업자 여신심사 때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을 지표로 도입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대출 신청액이 1억원 이상일 때 대출 총액 대비 일정 소득액을 충족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원재료 조달 등을 위해 일단 빚을 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당장 소득액이 일정 수준 이하라고 돈을 빌리지 못하면 영세 사업장은 물론 유망한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는 사업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자영업자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금리를 인상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수는 없지만 소상공인업계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조아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