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시멘트회사 모두가 문을 닫을 겁니다.” 20년 넘게 시멘트 제조현장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리지만 정작 시멘트제조업계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비롯해 미세먼지 부담금 증가,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등으로 업계가 매년 1200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건설경기가 내년 하반기께부터 불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멘트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1200억 '세금폭탄'… 표정 굳은 시멘트업계
◆세금폭탄 등 ‘3중고’

가장 큰 세금폭탄은 시멘트 생산량에 비례해 t당 1000원이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난해 발의된 ‘지방세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심사 중이다. 환경오염 같은 피해를 유발하는 시설에 세금을 부과해 지역 자원 및 환경 보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에 이미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완제품인 시멘트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멘트에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면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연간 500억원이 더해진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국내 시멘트제조업계는 매년 400억원가량의 배출권 구매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호조로 시멘트 물량이 증가했고 덩달아 배출량도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권 부족은 심해지고 있다. 또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시멘트업계는 2019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까지 떠안게 됐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부담액은 연간 300억원이다.

◆지역사회와 상생활동

업계 관계자는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비롯한 각종 규제는 국내 시멘트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며 “최근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까지 급등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생산공장이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 형식으로 재원을 내라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매년 두 차례 강원 동해와 영월공장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 양방과 한방을 아우르는 진료로 지역 노인들에게 호응이 좋다. 삼표시멘트는 올해 인천과 서울, 포항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배달 봉사를 했다. 한일시멘트는 임직원과 가족들로 구성된 봉사단 ‘WITH’를 창단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영월공장 주변에서 자연보호 봉사를 하고 아세아시멘트는 제천지역에서 집수리 및 요양시설 방문 등을 한다. 성신양회는 공장이 있는 단양의 특산품인 마늘을 구입해 다른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한라시멘트는 한국해비타트와 공동으로 매년 ‘희망의 집 짓기’를 20년 이상 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