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대법관 제청…국회 인사청문·본회의 표결 후 대통령 임명
'비서울대' 안철상·'여성 첫 영장판사' 민유숙…사법부 안정에 방점
安, 풍부한 경험으로 선도적 판결…閔, 국가·학교 보호의무 강조 판결
김명수 대법원장, 새 대법관에 안철상·민유숙 첫 임명제청
내년 1월 퇴임 예정인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을 이을 차기 대법관으로 안철상(60·사법연수원 15기) 대전지방법원장과 민유숙(52·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 제청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첫 대법관 임명제청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9명의 후보자 중 안 법원장과 민 고법부장판사를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제청했다.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중 사회 정의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판단된 인물을 제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안철상 법원장은 건국대 법대를 졸업한 '비서울대' 정통 법관이다.

안 법원장 임명제청은 '서울대·50대·법관'이라는 남성 대법관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났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한 경험을 토대로 행정소송 저서를 펴낼 정도로 이 분야에 조예가 깊고 민사소송·민사집행 분야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사·형사·행정 등 각종 재판업무를 두루 담당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도 일해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안 법원장은 풍부한 재판 경험으로 다양한 선도적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가사에 '술'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여성가족부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려 행정부의 근거 없는 과도한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아파트 명칭 변경과 관련해 최초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내놓아 아파트 이름 변경과 관련된 법적 분쟁을 정리·해소하는데도 기여했다.

서울시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역삼동 스타타워 매입과 관련해 252억원의 지방세를 물린 사건에서는 세금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판결로 꼽힌다.

서울 출신인 민유숙 고법 부장은 여성 법관으로서 사법부 역사상 첫 영장전담 판사를 지낸 경력이 있으며 남편은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이다.

2002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민사조 및 형사조의 조장을 맡아 다수의 어려운 사건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등 법률 분야 전반에 걸쳐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 부장판사는 선례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 있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 매몰된 차량 운전자에게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건에서는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두텁게 인정해 사회적 경각심을 울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이목을 끌었다.

남편 문 전 의원이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적표현물 배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편집위원장의 항소심에서 방청객에게 발언 기회를 준 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임명제청은 현직 판사인 법원장과 여성 고위법관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안정을 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두 사람 모두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은 없다.

안 법원장은 권리구제·제도개선 등을 강조하는 판결을 적극적으로 내리면서도 성향은 중도 내지 중도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 부장판사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표결한다.

국회에서 가결되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하며 이 과정은 한 달 안팎이 걸릴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 취임 후 대법관 인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제도 개혁을 일환으로 대법관 다양화를 공언한 김 대법원장이 이번 인선을 시작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변화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