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8500억 투자…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북부 코마롬 42만9752㎡ 부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약 85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연간 7.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 규모는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3.9GWh)의 2배로, 약 25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2020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된 고객사인 다임러그룹의 메르세데스벤츠 생산기지가 헝가리 케치케메트에 있다. 완성차 업계는 자사 생산기지 인근에 배터리 공장 건립을 요구해 왔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 있는 코마롬은 헝가리 북부의 ‘오토모티브 클러스터’에 자리잡고 있다. 독일 아우디, 일본 스즈키, 중국 비야디(BYD)부터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 보쉬, ZF 등이 모여 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경지대에 있어 슬로바키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폭스바겐, 기아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SK이노베이션은 체코, 폴란드, 헝가리를 놓고 공장 부지를 고민해왔다. 지난 5월 동유럽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각 도시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러브콜이 쏟아졌다. 투자·고용 효과가 큰 데다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에도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헝가리 정부는 올해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9%로 인하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등 투자 인센티브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2014년부터 헝가리투자청(HIPA)을 신설하고 헝가리 직원을 한국 기업 전담 데스크로 두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동유럽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수주전이 벌어지게 됐다. LG화학은 폴란드 코비에르지체에 연간 전기차 10만 대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연간 5만 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2025~2040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하면서 전기차 생산 규모는 급성장할 전망이다. 다임러그룹은 2022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100억유로를,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e모빌리티에 20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