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2021년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당장 내년부터 강화된 지급여력(RBC) 비율이 적용되는 가운데 추가 자본 확충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가 10년 만기 후순위채 9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3일 이뤄진 기관 수요예측(사전청약)에 단 1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이번 후순위채의 발행 주관은 KB증권이 맡았다.
후순위채는 채권 발행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지만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5년 이상이면 채권 금액의 100%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미매각이 대거 발생하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인수단이 물량을 대부분 떠안게 됐다. 롯데손보 후순위채가 흥행에 참패한 것은 발행사와 투자자의 기대 금리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매각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대주주 변경에 따른 신용도 하락 위험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번 흥행 실패로 롯데손보는 향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당장 내년부터 RBC비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59.1%로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150%를 가까스로 넘고 있다.
이번 후순위채는 주관사 등이 총액 인수를 하기 때문에 계획한 물량을 모두 발행할 수 있겠지만 내년 추가 발행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