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의한 경찰권 통제·수사 독립성 강화·자치경찰로 권한 분산 등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경찰이 준비해 온 경찰권 통제 방안이 마침내 완성됐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한 뒤 이같은 구상이 협의 테이블에서 설득력 있는 카드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경찰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지난 6월 발족 이후 21일까지 내놓은 '인권친화적 경찰개혁' 방안은 인권·수사개혁·자치경찰이라는 3개 영역이 맞물려 경찰권을 통제하고 분산할 제도·조직적 대안을 담았다.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도록 형사사법체계가 바뀌면 경찰권이 비대해져 또다른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불식할 방안을 만드는 것이 5개월에 걸친 논의 목적이었다.

경찰이 지금까지 수용한 경찰개혁위 권고안을 보면, 적어도 형식 면에서는 그간 문재인 정부가 주문한 경찰 개혁과제를 모두 반영했다.

경찰개혁안은 14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경찰을 시민이 통제할 수단을 제도적으로 마련했다.
경찰행정 관련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경찰청장 임명제청권과 총경 이상 승진인사 제청권, 비위 경찰관 감찰요구권 등을 부여해 실질적인 경찰 통제권을 준 것이 대표 사례다.

경찰위원장은 경찰 출신을 원천 배제하고, 행정·입법·사법부에서 3명씩 위원을 추천받아 임명하기로 했다.

삼권 분립 원칙을 지키면서 위원회의 다양성과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등을 감시하고 조사할 독립기구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도 설치한다.

집행부 임명에 시민 참여기구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시민에 의한 경찰권 통제'라는 목표가 구현되도록 모양새를 갖췄다.

경찰 수사권 남용을 막을 각종 장치도 도입한다.
'국정원 댓글사건'처럼 경찰 고위급의 수사개입 논란이 벌어지는 일을 막고자 차관급 '국가수사본부장' 직제를 신설, 사건 수사 지휘체계를 본부장 이하 수사경찰 중심으로 개편해 일반경찰(행정경찰)의 부당한 수사개입 여지를 차단했다.

새로운 수사조직체계가 도입되면 개별 사건 지휘권은 물론 수사경찰 인사·감찰·징계와 관련한 권한도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등 관서장이 아닌 해당 관서 수사부서장에게 주어져 사실상 경찰 수사조직이 분리 운용된다.

검찰총장 직속 수사조직이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정치수사' 논란을 불러 해체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 경찰청 본청 소속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도 폐지하고, 일선 지방청으로 조직과 인력을 이관한다.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권을 향후 경찰도 보유하게 될 상황에 대비, 법률 전문가를 '영장전담관'으로 둬 무분별한 강제수사에 따른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국민 인권을 보호할 여러 방안도 권고됐다.

비록 권한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현 정부 공약인 '광역단위 자치경찰제'의 밑그림도 나왔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역시 중앙집권적 경찰권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치안활동에 지역 주민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안의 하나다.
각 광역시·도 소속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에서 독립해 시·도지사 지휘를 받고, 교통·경비업무는 물론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가벼운 사기·절도, 음주운전 사건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 수사권까지 보유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밖에 독립기구인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등 경찰 직무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사안을 재조사해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는 방안도 적극 수용했다.

경찰개혁위원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로써 경찰개혁에 대한 청와대 요구사항에도 거의 응답했고, 경찰권 통제 방안이 웬만큼 완성됐다"며 "시민이 경찰을 통제하고 자치경찰로 권한을 분산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경찰권 통제방안에 대한 골격이 완성된 만큼,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내달 중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구상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경찰은 수사-기소 분리 후 경찰 수사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 등 부작용 우려 주장을 반박하고자 그간 마련한 경찰권 통제방안을 논거로 적극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