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해외 투자가 참여…메모리사업 매각 이후 성장전략에 주목
도시바 약 6조원 증자… 상폐 위험 피했지만 펀드에 휘둘릴수도
도시바(東芝)가 19일 이사회를 열어 6천억 엔(약 5조9천억 원) 증자를 결정하면서 상장폐지 위험은 피해갈 것 같다고 NHK방송 등이 20일 보도했다.

재무개선책의 주축인 반도체메모리 매각이 각국의 독점금지 관련법 절차가 늦어지거나 주력공장에서 협업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분쟁이 길어져도 2년 연속 채무초과를 피하기 위한 안전판은 확보된다.

조달한 자금은 파산한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에 영향을 주는 채무상환 등에 충당한다.

채무초과 해소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도시바 재무 재건을 위해 큰 진전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했다.

증자 실탄은 해외 60여개 투자가로부터 마련한다.

옛 무라카미펀드 출신자가 설립한 행동주의계열 펀드인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나 미국 킹 스트리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에 할당한다.

주당 발행가격은 262엔80전으로 17일 종가를 10% 밑돈다.

증자후 에피시모(현 최대주주)의 주식보유 비율은 11%대(현재는 9% 후반)로 상승해 최대주주를 유지한다.

불입예정일은 12월 5일이다.

도시바는 현재 2018년 3월 말 자기자본이 7천500억엔 정도 마이너스로 예상되지만, 증자하게 되면 내년 3월 말까지 설사 메모리 사업 매각을 완료하지 못해도 최소한 수백억엔 플러스가 된다.

증자 효과는 다양하다.

채무초과를 해소하면 세금부담도 경감돼 순이익을 늘리는 효과가 적어도 2천400억엔 예상할 수 있게 되어, 증자 효과는 수치 이상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도시바는 전 미국 원자력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파산에 따라 원전비용 보증채무(약 6천600억엔)를 떠안고 있는데, 증자자금으로 일괄상환하면 세법상 손실금으로 인정되는 혜택을 받는다.

이번 증자는 최근 도시바 시가총액의 50% 정도에 해당한다.

기존 주식가치의 하락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도시바 주식은 20일 장 초반 한때 4.8% 하락했다.

하지만 기존 주주는 상장폐지 불안을 불식하고 재무 안정으로 연결되는 혜택도 본다.

특히 매각이 종료되어 1조 엔대 초반의 메모리 매각 이익도 더해지게 되면 자기자본은 1조1천억엔 정도의 플러스를 예상한다.

자기자본비율이 20%를 넘어 재무불안을 단숨에 해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바가 사회기반시설이나 정보기술(IT) 관련 사업 등을 축으로 한 재생계획을 추진하기 쉬워진다.

도시바는 9월 말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 문제로 매각이 내년 3월 말 이후로 지연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각과는 별개의 채무초과 해소를 위한 대책이 계속 논의 중이었고 전격적으로 증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 3월 말 전후 도시바메모리가 매각되면 이후 주수익원 부재가 문제다.

인프라나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관련 남은 사업들이 2017회계연도 상반기 결산에서 일제히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며,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할 경우 2018회계연도 매출은 4조엔 정도로 적다.

반도체 분야가 90% 이상을 벌어주었는데, 매각 뒤에는 영업이익이 수백억엔 규모로 크게 줄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큰 수익원 확보가 어려워 투자가들의 매력을 끌기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해외 주주들로부터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뒤 성장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현 경영진의 책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내년 봄 책정해 발표할 신경영계획 내용이 주목받는다.

다만 도시바의 증자는 "일시적인 미봉책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WD와의 분쟁 향배도 우려재료다.

도시바는 이달 내에 WD와 화해를 추진하지만 여전히 견해차가 커 쉽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