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럽 하늘에 나타난 방사능 구름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방사성 핵종인 ‘루테늄-106’이란 점에서 유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반도로 넘어온 방사성 핵종은 없으며 유럽에서 더는 방사능 구름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하늘에서 방사능 구름이 처음 나타난 건 지난 9월27일쯤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기구(ASN)와 방사능 방어 및 원자력안전연구소(IRSN)는 프랑스 남부 니스와 아작시오의 관측소에서 공기에 섞인 소량의 루테늄-106을 포착했다. 이어 지난달 3일 지중해 키프로스부터 덴마크까지 유럽 전역의 주요 관측소 43곳에서 이 방사성 핵종이 검출됐다. 이 방사성 구름은 10월6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더니 같은 달 13일 이후 지금까지 더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관측기구들은 관측된 방사성 핵종이 ㎥당 수밀리베크렐(mBq)에 머물러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루테늄-106은 요오드와 세슘처럼 주로 핵실험 후나 원자력 시설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핵종이다. 심장과 장기를 촬영하는 의료장비에 사용되는 의료용 동위원소 몰리브덴-99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기도 한다. IRSN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핵종이 9월 말 러시아 볼가강과 우랄산맥 사이에 있는 지역에서 사고로 배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출량만 100~300테라베크렐(tBq·1조 베크렐)로 추정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곳은 우랄산맥 서쪽 도시 디미트로프그라드의 러시아원자로연구소(RIAR)다. 2013년 이후 이 연구소에선 몰리브덴-99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IRSN은 핵종이 방출된 반경 수㎞ 이내에 거주하는 인구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며 수십㎞ 이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서 허용 초과치 방사성 핵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