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금융회사 기초체력 떨어뜨려" 달라진 구로다…일본 통화정책 바뀌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사진)가 최근 들어 금융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주요 인사의 발언이 미세하게 변할 때마다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 ‘현미경 분석’을 하는 일본 사회에서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통화정책을 바꾸려는 신호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지난 13일 스위스 취리히대 강연에서 “저금리 환경이 금융회사의 기초체력에 끼치는 영향은 누적적”이라며 “금융사와 금융시장 상황을 폭넓게 살펴 금융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보험이나 연금의 자금 운용 여건이 나빠지고 심리적 측면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선 A4용지 1페이지 분량을 할애해 금융완화정책의 부정적 측면을 다뤘다.

지난 10월30~31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금융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여러 번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금융사 사정을 일일이 고려해 통화정책을 펼 수 없다”고 한 그의 과거 태도와 사뭇 다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지속되면 (은행 재무상태가 악화돼) 금융 중개 기능이 저하되고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발언은 대형 시중은행의 이해를 대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본 금융업계는 구로다 총재의 태도 변화가 나온 배경에 주목한다. 히라노 노부유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사장은 “구로다 총재의 취리히대 강연록을 지니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발언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아직까진 많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연구원은 “구로다 총재가 양적완화정책 종료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2%대 물가상승까진 아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태도 변화는 양적완화정책 부작용을 줄이려는 시간 벌기 전략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