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처럼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클럽 헤드보다 앞쪽에 있으면 모래를 많이 파고들어가 탈출이 어렵다. 오른쪽 처럼 클럽 헤드가 손뭉치보다 앞쪽으로 가야 효과적인 벙커샷을 할 수 있다.
왼쪽 사진처럼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클럽 헤드보다 앞쪽에 있으면 모래를 많이 파고들어가 탈출이 어렵다. 오른쪽 처럼 클럽 헤드가 손뭉치보다 앞쪽으로 가야 효과적인 벙커샷을 할 수 있다.
만 14세2개월인 중학교 3학년 때 프로가 됐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는 격려와 “벌써부터 돈 밝히냐”는 비아냥이 뒤섞여 들려왔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되려면 반드시 지나야 할 길을 미리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뭐라든 그런 얘기쯤은 그냥 흘려듣자고 생각했죠. 철이 좀 일찍 든 것 같아요.”

그 후 17년. ‘돌아온 언니’ 이선화(31)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지난 1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언더파 선두를 달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의 깜짝 선두 소식을 들은 골프팬들은 “‘돌부처’ 이선화가 돌아왔었구나”라며 뒤늦게 놀라워했다.

이선화는 국내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골프천재였다. 초등학교 때 최연소로 프로 월요예선에 출전했고, 사상 최연소로 프로에 데뷔했으며, 사상 최연소 프로 우승(만 15세3개월) 기록을 써낸 주인공이다. 국내 무대에서 3승을 거두고 진출한 미국 무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신인왕과 통산 4승을 거머쥐었다.
허리 부상으로 2015년 고국에 돌아와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디서든 뛸 줄 알아야 골퍼”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2부투어에서 활동했고 정규투어 입성을 위한 ‘지옥의 시드전’도 치러냈다. 주변 시선에 초연해지고 욕심도 내려놓은 덕분일까. 그는 요즘처럼 골프가 재밌던 적이 없다고 했다. “왜 예전엔 이런 재미를 몰랐을까 이상할 정도”라는 게 그의 말이다.

“매 샷이 정말 다르다는 신선한 느낌을 요즘 받아요. 골프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가르치는 재미도 그렇고 내기골프도 점점 좋아지고. 호호.”

그는 어려서부터 쇼트게임의 1인자였다. 짧은 비거리(230야드)로도 통산 7승을 일궈낼 수 있던 비밀병기가 바로 쇼트게임이었다.

“골프를 재밌게 하려면 쇼트게임 연습 과정을 컴팩트하게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감이 가장 좋은 건 벙커샷이라고 했다. 아마추어가 가장 싫어하고 잘 못하는 게 트러블샷. 쉽게 하는 법은 없을까. 그는 “생각을 바꾸면 된다”며 “아마추어들은 셋업과 어드레스 때부터 이미 실패할 확률을 안고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헤드(head) 퍼스트’다.

“왼발에 체중을 실어 놓고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클럽 헤드보다 앞쪽에 나가는 벙커샷 셋업을 하는 아마추어가 80~90%예요. 그러면 모래를 너무 많이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고 탈출하기가 어렵죠.”

반대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클럽 헤드가 손뭉치보다 앞쪽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클럽 헤드가 모래를 얇고 넓게, 또 빠르게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에도 순서를 반드시 지키는 게 좋단다. 그래야 지루함이 덜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m짜리 퍼팅을 18번 연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해보는 거예요. 적당한 거리를 정해놓고 동서남북 한 방향에서 3개 연속으로 들어가면 연습을 끝내는 식도 좋고요.”

투어를 계속 뛸 생각은 있는 걸까. “연습이 재미없어지는 날이 아마도 은퇴 시점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일이 없을 듯한 느낌이에요. 벌써 시니어투어도 생각하고 있는 걸요! 하하.”

■ 이선화 프로는

▷1986년 충남 천안
▷성정초-천안서여중-천안여상-단국대 졸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 입문
▷중1 때 국가대표 상비군
▷2000년 KLPGA 프로 데뷔 통산 3승
▷2006년 LPGA 데뷔 통산 4승
▷2015년 국내 투어 복귀

화성=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