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분기 코스피 상장사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삼성·LG·SK 3개 그룹을 뺀 순이익은 1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대기업에 이익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한층 더 심해진 결과다.
16일 한국거래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25곳(금융업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집계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92조5천40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8조9천813억원)보다 3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5대 그룹(자산 기준) 계열 43곳의 순이익은 64조8천786억원으로 작년 동기(39조4천660억원)보다 64.4%나 늘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 중 5대 그룹 비중은 70.1%에 달했다
작년 동기의 57.1%보다 13.0%포인트나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삼성·LG·SK 3개 그룹 계열 상장사(29곳)는 순이익이 56조1천6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6조6천380억원)의 2.1배로 급증했다.
결국, 이들 3개 재벌 상장사의 순이익 점유율은 작년 동기 38.6%에서 올해 60.7%로 급상승했다.
분석 대상인 525개 상장사의 올해 누적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경신했지만, 상당수 기업에는 이익 증가가 다른 세상의 얘기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525개사 중 17.9%인 94곳은 적자를 기록했고 또 176곳(33.5%)은 흑자 규모가 줄었다.
또 삼성·LG·SK 3개 그룹을 뺀 누적 순이익은 36조3천755억원으로 작년 동기(42조3천433억원)보다 14.1% 감소했다.
이익의 쏠림 현상은 재벌 그룹 간에도 나타났다.
예컨대 5대 그룹 중 현대차 그룹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1조2천957억원에서 7조4천925억원으로 33.7% 줄었고 롯데그룹(1조5천324억원→1조2천209억원)도 20.3% 감소했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를 위시한 정보기술(IT)에 집중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순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삼성그룹의 순이익 증가액(15조4천50억원) 중 삼성전자에 의한 증가액(14조2천936억원)은 무려 92.8%를 차지했다.
또 SK그룹도 그룹 순이익 증가액(8조8천905억원) 중 SK하이닉스의 비중이 68.5%에 달했다.
LG그룹 역시 순이익 증가액(5조2천317억원) 중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몫이 59.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쏠림 현상이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증시 건전성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업종의 쏠림 현상은 올해 실적 개선의 한계점"이라며 "과거 삼성전자 실적이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반 토막이 났던 경험에 비춰볼 때 내년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