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 해소 필요…협정의 완전한 이행이 가장 중요"
"무기구매는 일회성…여러 산업에서 美 수출 증가 희망"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가 자동차와 제약 등의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짐 파더리(Jim Fatheree)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의 쟁점과 관련, "미국 정부는 분명히 자동차와 제약·의료기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파더리 부회장은 최근 미 상의를 떠난 태미 오버비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한미 FTA 개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재계 생각을 듣고자 지난 11~14일 한국을 방문했다.

미 상의는 300만개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로비 단체로 현재 한미 FTA 개정에 대한 회원 기업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이를 미 무역대표부(USTR)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파더리 부회장은 아직 회원사 의견 청취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발효 5년이 지났지만, 한미 FTA는 아직 가능한 범위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분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정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로 "제약 산업의 경우 협정문에 혁신에 대한 가치와 제약 산업에 중요한 특허 등에 대한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 건강보험공단의 약값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더리 부회장은 "지난 5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여러 쟁점이 있었다"며 "미국과 다른 규제, 흔히 비관세장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무역적자를 크게 신경 쓰고 있다"며 "한미 무역관계와 무역수지 관점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하면 자동차 산업의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농업계가 한국 농업 시장의 추가 개방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농업 입장에서 한미 FTA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공"이라며 "농업은 다른 산업처럼 문제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산업만큼 이번 개정협상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수출의 매우 큰 부분은 지적재산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지적재산권은 미국 수출 증가에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 관련 부분이 완전히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는 "서비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면 개정보다는 협정문의 문구나 취지대로 이행되지 않는 부분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비판하는 이들이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이것은 문제다'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job one)는 이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협상을 '소규모 타격 가능한 패키지로 협상해야 한다'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협상을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집중력 있게(focused and manageable) 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감대를 드러냈다.

그는 "한미 FTA가 관세 장벽을 줄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비관세장벽과 규제 분야에서 더 많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며 "그것은 국내 기업을 편애하지 않고 한국에 투자하는 미국과 외국 기업에도 기회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는 미국에도 매우 좋은 무역협정"이라며 미 상의가 한미 FTA의 호혜성을 알리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 기업의 수출 증가와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증가로 미국 내 40만6천842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밝힌 미국산 무기 구매가 미국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일회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와 에너지 수입이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우리는 무기와 에너지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산업에서 수출 증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FTA만으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지적에는 "정치에서는 무역적자가 중요한 척도이며 미국 행정부가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 모두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미국 수출을 늘려 무역적자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최근 미국의 반덤핑·세이프가드 조사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에 "미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법과 무역협정의 집행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며 미 재계도 강력한 집행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상의 부회장 "車·제약이 한미FTA 개정협상 초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