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 단어가 있습니다. ‘남의 불행을 즐긴다’라는 뜻입니다. 독일어에서 만큼 상용화된 표현은 아니지만 일본어에서도 “타인의 불행은 꿀맛”이라는 뜻을 담은 ‘메시우마(メシウマ)’라는 속어가 있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시장에서 ‘샤덴프로이데’ ‘메시우마’를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각종 품질 문제로 최근 잇따라 수난을 겪었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시장에선 약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현대·기아자동차가 ‘사드 사태’ 등 정치적 악재로 부진했던 틈을 이용한 것입니다. 일본차 업체들이 현대차의 불행을 적극 즐기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은 4%대에 불과한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혼다 등 ‘일본 자동차 3인방’이 중국시장에선 최근 몇 달간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차 업체들이 부동의 양강인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3~5위를 차지하는 것이 확실해 졌다고 합니다.

올 들어 닛산자동차가 117만대를 판매해 3위, 혼다가 115만대로 4위, 도요타자동차 107만대 판매량으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닛산 10.8%, 혼다 17.3%, 도요타 8.5%로 외국차 업계 중에선 단연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중국 시장서 179만대를 판매하는 등 중국시장서 3강 구도를 유지했던 현대자동차가 급속히 추락한 자리를 꿰찬 것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4~7위권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대차가 올 1~10월 중국 시장에서 신차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습니다. ‘사드 사태’의 불똥이 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고 합니다. 올해 중국 시장 판매량 순위가 8~9위권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올 10월 판매 실적에서도 현대차가 23.4% 감소한 반면 닛산이 18.2%, 혼다가 14.5%, 도요타가 13.5%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 시각에선 현대차가 중국 각지 권력자와 지방정부와 친밀한 관계(관시)를 바탕으로 택시판매 등을 대량으로 하는 등 판매량을 늘려왔는데 정치적 긴장관계가 빚어지면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며 고소해하는 분위기 입니다.

차체가 작고, 가격대가 현대차와 비슷하면서도 중국시장서 디자인 거부감도 적은 일본차 업계가 현대차 부진의 1차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입니다. 현대차의 부진을 판매를 늘릴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고객을 자사로 유도하기 위해 인터넷 광고를 늘리고 차량 전시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현대차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 약진의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현대차에 대한 국내 여론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만 “대대적인 가격인하에도 현대차의 판매가 늘지 않는다”고 전하는 일본 언론의 모습이 살짝 얄미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