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외 투기꾼의 놀이터?
지난 12일 가상화폐 비트코인캐시 급등락 사태의 배경에 해외 투기세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덜한 한국 시장을 겨냥해 해외 투기세력이 가상화폐를 집중 매입했다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몰려 가격이 급등하면 되팔고 나가는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의 고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2일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폭등·폭락을 거듭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서버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비트코인캐시 시세가 12일 급등한 건 13일로 예정된 채굴 난이도 조정작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비트코인캐시를 더욱 안정적으로 채굴할 수 있게 되면 화폐로서 가치가 오를 것이란 점에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문제는 이 같은 호재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다는 데 있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지난 11일 오후 3시50분 기준 106만9200원이었으나 12일 오후 3시50분에는 283만9700원으로 하루 만에 165% 뛰었다. 하지만 가격폭등으로 빗썸 서버가 다운된 뒤 오후 5시40분께 168만원으로 급락했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해외 투기세력들이 이른바 ‘시세 펌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펌핑은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처럼 의도적으로 가상화폐를 집중 매수해 가격을 올렸다가 개미들이 투자를 시작하면 빠르게 매도해 가격을 낮추는 수법을 뜻한다. 해외 가상화폐 작전세력은 하루에도 10회 이상 시세 펌핑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외에 비해 감시가 덜하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안화 출금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시세도 해외에 비해 비싸다. 가상화폐 공급자에 비해 수요자가 많아서다. 그러다보니 중국·미국 등 가상화폐 채굴량이 많은 국가의 작전세력들이 국내 거래소를 투기판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빗썸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중 거래량 2위를 차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빠르게 몰리는 점을 악용한 해외 투기세력들의 작전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사실상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해외 투기세력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감시를 강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비트코인캐시 사태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