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틀 연속 ‘황제급 의전’을 했다. 방문 첫날인 지난 8일 자금성을, 9일에는 톈안먼 주변을 통째로 비워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이 같은 극진한 예우는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이날 행사를 위해 오전부터 톈안먼으로 통하는 창안제(長安街)의 교통을 통제해 버스에서 내려 출근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전날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자금성 내 ‘비밀공간’인 건복궁(建福宮)에 초대해 황제에 버금가는 연회를 베풀며 국빈 이상의 대우를 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9일자 사설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고궁(자금성)에 초청해 대접한 예우방식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매우 보기 드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언론 연합조보는 “황실 연회장 만찬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는 시 주석 개인의 권위가 이미 전임 최고지도자를 넘어섰음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향해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콩 동방일보는 “‘중화민족의 부흥’ 의미를 설명하려는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역사의 황금기를 소개하고 옛 황실의 분위기를 느끼게 함으로써 시 주석 자신의 집권 비전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에둘러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