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9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커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세 번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9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커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세 번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는 지난 6월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16.4%)이 확정된 이후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재정으로 인상분을 보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재정 지원 규모로는 대략 3조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9일 확정한 지원대책에는 이보다 최소 2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업체가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지원 자격에 미달하자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 등을 유도하는 새로운 지원책을 덧붙였다. 임금 인상만큼 오르는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지원책도 더해졌다. 영세업체 반발 때문에 정책을 급히 마련한 데다 지원책이 누더기처럼 덧붙여지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곳곳에서 생길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 지원 1년간만 한시?

정부는 당초 ‘한시적’인 지원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언제까지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년만 하고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한번 늘린 복지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말처럼 1년간만 지원하고 끊기엔 부담이 크다. 2~3년 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지원을 거둬들였다간 오히려 영세업체들의 집단 도산과 대량 실업 사태를 낳을 수 있다. 관리·감독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업을 위해 이미 정규직 150명 등 총 850명을 뽑았다. 그렇다고 장기간 지원책을 이어가면 ‘세금 퍼붓기’라는 비판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 지원을 섣불리 결정한 정부는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2) 부정수급 가능성 없나?

정부는 30인 미만 사업체의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월 최대 13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의 직계존비속 근로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악용할 여지는 크다. 지원액은 해당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주에게 지급된다. 친척이나 지인 등을 근로자 명단에 올려놓고 지원액을 빼먹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 특히 초단기 근로자나 65세 이상 신규취업자, 농어업 분야 근로자 등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근로자들의 경우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부정수급 대상 사업주에 대해서는 지원금 환수는 물론 5배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 형평성 문제 없나?

정부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를 지원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이와 별도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청소원 고용 사업주는 30인 이상의 경우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자금을 받는 당사자는 경비·청소 인건비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입주자대표회의다. 서울 강남 등의 초고가 아파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곳의 고소득 입주자들에게 정부가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경비원과 청소 근로자를 해고하지 말아달라’며 돈을 주는 셈이다. 국민 세금으로 고용보험료조차 내지 않는 외국 국적 근로자를 지원한다는 점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4) 3조원 갖고 되나?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용도로 잡은 예산은 2조9708억원이다. 실제 필요 재원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험 신규 가입 촉진을 위한 여러 부담 경감책이 함께 시행돼서다. 우선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의 가입 유도를 위한 두루누리 사업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 근로자 소득기준을 올해 140만원 미만에서 내년 190만원 미만으로 높이고, 보험료 지원 비율도 기존 60%에서 최고 90%(5인 미만 사업체)로 상향했다.

정부는 여기에 필요한 추가 예산 소요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책 시행으로 사회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숫자에 대한 추정치도 밝히지 않았다.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확대로 세수가 얼마나 줄어들지 역시 예상치가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예상되는 재정 소요를 솔직히 알리지 않고 덜컥 ‘깜깜이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경봉/오형주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