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회사를 아일랜드에서 영국령 저지 섬으로 옮겨 세금 부담을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파이낸셜타임스와 BBC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애플이 강화된 아일랜드 세법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서 운영하던 자회사를 영불해협 사이 저지 섬으로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자회사는 애플 해외 유보금 2520억달러(약 280조원)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오퍼레이션스인터내셔널(AOI)과 지식재산권 일부를 관리하는 애플세일즈인터내셔널(ASI)이다.

애플의 절세 수법은 이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를 통해 드러났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내 다국적기업은 법인세 35%를 피하기 위해 외국에서 거둔 이익을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로 돌려 절세를 꾀했다. 2014년 전까지 아일랜드 세율은 12.5%였으나 애플 현지 자회사는 사실상 과세 대상이지만 비거주자로 분류돼 해외 납세액은 순이익의 5%를 밑돌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의 한 아일랜드 자회사가 납부한 연간 법인소득세율은 0.005%에 불과했다.

ICIJ는 아일랜드 정부가 2014년 다국적기업에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이 다른 조세피난처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미국 로펌 베이커&매킨지를 통해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에 버뮤다를 비롯한 케이맨 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맨 섬, 저지 섬 등의 세법 구조를 분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애플은 AOI와 ASI를 저지 섬에 등록했으며 다른 자회사 애플오퍼레이션스유럽(AOE)은 아일랜드 과세대상 거주자로 전환했다. 저지 섬은 영국 왕실령으로 독자적 세법이 있으며 외국 기업에는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애플 측은 ICIJ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자회사 지위를 변경해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줄이지 않았다”며 “아일랜드 정부에 낸 세금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