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AMD와 손잡고 개발 중인 8세대 모바일 코어H프로세서 사진. 두 개의 프로세서를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신기술인 ‘EMIB’를 적용해 크기는 줄이면서도 성능은 높였다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인텔 제공
인텔이 AMD와 손잡고 개발 중인 8세대 모바일 코어H프로세서 사진. 두 개의 프로세서를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신기술인 ‘EMIB’를 적용해 크기는 줄이면서도 성능은 높였다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인텔 제공
“인텔과 AMD는 회사가 생긴 이래 서로를 싫어했다. 그래서 이번 동맹은 놀랍다.”

인텔이 6일(현지시간) 자사 프로세서에 경쟁사인 AMD의 ‘라데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CNBC 방송은 이같이 평가했다. 컴퓨터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분야 라이벌로 꼽히는 인텔과 AMD 간 협력은 업계에서 ‘적과의 동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PU 30년 숙적…인텔·AMD '적과의 동침'
이번에 인텔과 AMD가 함께 개발하는 노트북용 프로세서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최신 비디오게임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의 차세대 칩 통합 기술인 ‘임베디드 멀티다이 인터커텍트 브리지(EMIB)’ 기술을 적용해 성능은 높이고 크기는 줄였다. 이 칩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인텔과 AMD는 30여 년 전부터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최대 라이벌이었다. AMD는 애슬론을 흥행시키며 2006년 시장점유율을 48%까지 높여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1년 출시한 불도저 아키텍처(설계 방식) 기반 제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능으로 실패하면서 다시 추락했다. 올해 초 내놓은 차세대 프로세서 라이젠 흥행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인텔과 AMD의 협업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역동적인 업계 환경을 고려할 때 양측의 이익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작으로 인텔은 점점 축소되는 PC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AMD는 엔비디아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

인텔은 2011년 엔비디아와 기술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저렴한 내장형 GPU를 자체 생산해왔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지금까지 15억달러(약 1조6678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하면서 큰 부담을 느껴왔다. 인텔은 이번 AMD와의 동맹으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CPU에 강한 인텔과 GPU에 강한 AMD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인텔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가진 칩셋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AMD는 2006년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알려진 ATI를 인수하면서 GPU 분야에서 인텔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AMD에 따르면 새 칩셋은 최소 1200달러(약 133만원) 이상 가격대의 고성능 노트북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무어인사이츠&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는 이번 노트북 칩 개발이 1980년대 이래 양사의 첫 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텔은 전략적으로 엔비디아보다 AMD와 함께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텔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시장에서 GPU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가 주요 경쟁사로 부상하자 지난해 너바나 등 신생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엔비디아를 견제해 왔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