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주행거리, 반자율주행, 자동주차 기술 탑재
-일본서 한 달 만에 9,000대 이상 판매...돌풍


무엇인가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특별하다. 다른 누군가도 '기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특히 다양한 세그먼트와 종류가 혼재하는 자동차는 기준 차종이 각각 존재한다. 대형 세단의 기준, SUV 기준, 경차의 기준 등 우리는 쉽게 '기준'이라 부르는 차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곤 한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양산형 전기차(EV)의 기준이 닛산 '리프'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틈새 차종이었던 EV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리프가 처음 출시된 2010년 이후 환경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EV 자체를 생소하게 받아들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많은 브랜드에서 새로운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는 중이고, 1회 충전 주행 거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닛산 역시 더 이상 전기차 자체만의 경쟁력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기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틈새의 한계를 넘어 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틈새를 넘어서 전기차 대중화를 선언한 닛산 2세대 리프를 일본 현지에서 짧게 시승했지만 의미가 있는 만큼 시승기를 남긴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스타일
곡선 위주의 1세대와 달리 직선을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1세대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닛산의 색을 거의 뺐다면 신형은 고유의 정체성을 맘껏 투영했다. 전면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헤드램프가 바로 그것. 전면만 봤을 때 푸른빛의 그릴을 제외하고는 전기차임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차의 특징을 디자인에 담기보다 그저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국내에는 판매하지 않지만 소형 해치백 노트(NOTE)와도 많이 닮았다. 얼굴이 비슷할 뿐더러 같은 해치백이 동질감을 준다. 그러나 측면을 보면 낮은 중심의 날렵함이 엿보인다. 실제 닛산은 신형 리프 디자인에 있어 공기저항 감소에 많은 공을 들였다.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받아 주행 시 앞 부분을 들어 올리는 양력을 최소화시켜 고속 주행과 측풍에도 영향을 덜 받도록 했다는 게 닛산의 설명이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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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 전기차의 요소를 가장 많이 담아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각적일 뿐 기능적인 면은 아니다. 푸른색으로 몰딩한 후방 범퍼로 EV의 정체성을 표현했으며 외장 컬러와 블랙 투톤, 'ZERO Emission'의 레터링이 전부다. 굳이 전기차임을 드러내기보다 이제는 여러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 가운데 하나라는, 다시 말해 대중성을 지향했다는 뜻이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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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심플하다. 1세대와 많이 닮아 있는데 동그란 모양의 독특한 기어레버와 시트 및 스티어링 휠 등에 푸른색 스티치를 넣은 점들이 그렇다. 컨셉은 '글라이드윙(Gliding Wing)'으로 공간의 활용과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계기판 옆 7인치 풀컬러 TFT 모니터는 충전 상태를 볼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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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티어링 휠이 위아래로만 조절이 가능하고 앞뒤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에 출시되는 제품인 만큼 체격에 따른 운전자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현지 시승에 함께 참여했던 호주 기자단도 이 점을 지적했으며 닛산측도 추후 개선할 부분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앞뒤 좌석 공간은 준중형급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꽤 안락하다.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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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새로운 e-파워트레인 시스템은 최고 147마력(110㎾), 최대 토크는 32.6㎏m(320Nm)의 성능을 발휘해 기존 109마력(80㎾), 25.9㎏·m(254Nm) 대비 30㎾, 6.7㎏m만큼 모터 출력이 향상됐다. 배터리팩은 24㎾급 대신 40㎾급을 채택, 1회 충전 후 최장 주행 거리는 400㎞를 확보했다(일본 기준). 미국 EPA 기준을 적용하면 241㎞이고, 국내 출시된다면 이와 비슷한 주행 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충전은 3㎾로 16시간, 6㎾는 8시간이 소요된다. 급속이면 80%를 채우는 데 40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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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의 답력을 높이면 최대 토크가 어김없이 발휘된다.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특정 엔진 회전 구간이 있는 내연기관과 차이점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손쉽다. 이는 전력이 공급되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주행은 부드러우면서도 반응은 즉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지만 시속 100㎞ 내외 속도에서는 불안하지 않다. 기존보다 무게가 늘어난 배터리가 바닥에 위치한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다. 모터 구동으로 진동과 소음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풍절음 등 외부 소리가 약간 들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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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이번 신형에서 강조한 기능 중 하나는 가속 페달 하나로 감속과 정지가 가능한 'e-페달‘이다. 해당 기능이 활성화 된 상태에서 가속 페달로부터 발을 떼면 회생제동 기능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제동거리도 짧아진다.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섬세하게 페달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부드럽게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어 시내 정체 구간, 신호 대기 구간 뿐 아니라폭설로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일부 운전자는 기존 전기 동력 제품군의 회생 제동 기능에 대해 이질감을 느꼈지만 닛산은 이를 전기차만 가진 재미난 기능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맛볼 수 있는 프로파일럿도 새롭게 탑재했다. 미리 설정한 제한 속도 내에서 전방 차와 간격 유지 뿐 아니라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한다. 시승 구간 중 고속도로에 진입 후 해당 기능을 활성화 했다. 80㎞/h로 설정한 후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휠에서 손발을 뗐지만 커브길에서도 차선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도 잘 유지했다. 안전 규정에 따라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은 불과 5~6초로 이내지만 코너링도 문제 없이 스스로 돌아나간다는 점은 일종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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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럿 파크' 기능은 전후방 사이에 장착된 4개의 카메라와 12개의 센서가 전후면 주차 뿐 아니라 측면 주차를 돕는다. 경쟁사의 파크 어시스트보다 손쉬운 조작이 특징으로 버튼(P Auto)을 누른 후 주차 공간 옆에 정차한 후 디스플레이 화면의 시작 버튼을 터치하면 시스템이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 가속 페달, 변속 그리고 마지막 주차 브레이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시승]대중차로 거듭나다, 닛산 2세대 리프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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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신형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주행 거리를 늘리고 자율주행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상품성 잣대인 다양한 편의기능까지 고려된 흔적이 역력하다. 한 마디로 대중차가 갖춰야 할 요소가 모두 마련됐다. 그래서일까. 10월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월 9,000대를 돌파했다. 지난 7년간 글로벌 누적 판매가 28만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초기 반응이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질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닛산 리프 2세대는 내연기관차와 본격 경쟁할 제품으로 꼽힌다. 가격도 일본 기준 315만엔(약3080만원)부터 시작한다. 한국에도 들어오면 보조금 등을 적용할 경우 국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EV의 대중화가 눈 앞에 다가왔음을 확인한 시간이다.

요코하마=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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