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보다 더 지각하셨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이 이렇게 말을 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잦은 말실수로 인한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재벌 손보기’ 속내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이날 행보를 복기해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확대 경제장관회의에 앞서 열린 5대 그룹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있다”고 참석자들을 질타했다. 대기업 공익재단 운영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처음 내놨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간담회 50분 동안 25분은 ‘공개 비판’, 나머지 25분은 ‘훈계’로 일관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공정위는 대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편법적 지배력 강화 및 부당한 경영승계 차단, 사익편취 및 부당 내부거래 근절 등도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제도 개선안은 보여주지 않고, 대기업들에 모범사례를 내놓으라고 독촉하고 있다. “공정위가 목표를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는 경영계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는 ‘기업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확립하는 부처다. 기업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는 김 위원장 발언에 비춰보면 기업인을 대표한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호소가 정책 최고결정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부회장은 ‘공정위-5대그룹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조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다 죽게 생겼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이를 청와대에 전달해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기업을 ‘혼내는’ 대상으로 여기는 그의 귀에 이런 호소가 제대로 들렸는지 궁금하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주역인 기업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