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납받은 돈 사용처·지시 여부 규명 위해 직접조사 불가피
소환 불응 가능성 크고 경호 문제 등 복잡해 방문조사 유력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40억원 넘는 특수활동비의 실질적 수령인으로 의심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구치소 방문조사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5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돈이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감독을 받는 수중에 들어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자금의 별도 관리 역할을 주로 수행한 이재만 전 비서관 등은 검찰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용했으나 구체적인 용처까지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직접 사용한 돈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이 돈을 전달했는지 등 박 전 대통령을 거쳐 국정원 특활비가 흘러간 종착지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진술을 듣는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시기상 수사 막바지에 이뤄질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출석 방식이 아닌 서울구치소 방문 형태가 될 것으로 검찰은 예상한다.

무엇보다도 검찰이 소환한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도 발가락 부상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구속 연장 결정을 내리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심경을 밝히고는 변호인단 총사퇴로 사실상 '재판 보이콧' 태세를 취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상납받은 국정원 특활비의 용처에 따라 수뢰, 횡령 등 혐의가 추가 적용되면 더 궁지에 몰리게 되는 이번 수사에 박 전 대통령이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사에 협조하더라도 직접 검찰청사로 나올 경우 경호·경비 문제로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효율적으로 조사하려면 검찰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퇴임한 이후에도 소환 조사는 3월 21일 한 차례만 진행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달 31일 구속된 뒤에는 다섯 차례 구치소 방문조사를 한 뒤 기소했다.

앞서 1995년 반란수괴·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출석을 거부하는 등의 이유로 검찰이 직접 구치소·교도소를 찾아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