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가능 직원 추가 채용도 검토…교통혼잡·쓰레기 투기 우려 의견도
[유커의 귀환] 기대 부푼 명동 상권… "빨리 깃발부대 보고 싶어요"
"빨리 '깃발부대'가 다시 몰려왔으면 좋겠네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신모(61) 씨는 오랜만에 모처럼 장사할 기분이 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깃발부대는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지칭하는 말이다.

신 씨는 "올해 봄까지만 해도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유커로 바글바글했다"며 "하지만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한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반년 넘게 단체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했고, 매출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이제라도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들 한껏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 분위기가 확산한 3일 오후 기자가 찾은 명동 일대는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밤이 되면서 날씨가 다소 쌀쌀했지만, 명동거리 전체가 퇴근한 직장인들부터 동남아, 대만,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일렬로 늘어선 매장들은 저마다 문 앞에서 중국어나 일본어로 호객을 하고 있었다.

중국어로 대화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10명에 8∼9명꼴로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홍콩 출신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길을 안내해주던 관광통역안내원은 "명동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대만, 홍콩, 동남아에서 온 개별 여행객들"이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안내원은 "사드보복 완화 가능성에 대한 뉴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이렇다 할 변화는 아직 없지만 이제 차츰 유커가 다시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다시 몰릴 것에 대비해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 수를 늘릴지 검토 중인 곳도 있었다.

한 화장품 매장 점장은 "단체 손님이 올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1명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다시 유커가 몰려오게 되면 직원 혼자 응대하기가 버거울 수 있어서 한 명 더 채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시민들은 중국의 사드보복이 해제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유커의 귀환'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자영업자 이모(48) 씨는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엉뚱한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중단돼야 한다"며 "유커가 늘면 침체된 경기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원 유모(36) 씨는 "주요 관광지마다 유커 관광버스로 교통이 혼잡했고 단체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불쾌했던 적이 많았다"며 "단체관광 특성상 저가의 패키지여행이 대부분일 텐데 정부가 유커에만 집착하지 말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