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박근혜당' 멍에 벗어야" 홍준표 직권결정…첫 강제출당
친박 "독단적 결정은 무효" 반발…'국정원 게이트'에 친박결집 미지수
보수정당 부분 재편 속도…서청원·최경환 출당은 논의 안 해
한국당, '1호 당원' 박근혜 출당조치…'20년 관계' 청산
자유한국당이 20년 인연의 '정치적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켰다.

홍준표 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공식 발표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고, 홍 대표는 이날 현행 당규상 윤리위 규정에 의거해 박 전 대통령 제명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이는 '탈당 권유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탈당 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때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는 윤리위 규정 21조 3항에 따른 것이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정농단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법률적, 정치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금 안보는 백척간두에 와있고 경제는 좌파사회주의 정책으로 대혼란에 빠졌으며 사회는 좌파 완장부대가 세상을 접수한 양 설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보수우파가 허물어진 것을 철저히 반성하고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基亂, 마땅히 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면 훗날 재앙이 온다)라는 고사를 올려 박 전 대통령 출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로써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당원 명부에서 삭제하며, 박 전 대통령과의 20년 관계도 청산하게 됐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약 8개월 만에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을 선언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입당했고, 이후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지만,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강제로 출당조치되는 운명을 맞았다.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은 무효"라며 "당내 갈등과 법적인 분쟁만 남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가 게이트로 번질 조짐이고, 국정원의 돈 일부가 지난 총선 당시 친박후보 여론조사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친박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공산이 있어서다.

다만,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

현직의원인 이들의 출당 조치는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확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친박, 비박간 표 대결로 내홍이 격화될 수 있는 만큼 두 의원에 대한 출당 논의는 당분간 잠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대표는 "(서, 최 의원 출당은) 의총 대상"이라며 "시간을 두고 원내대표와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출당으로 보수정당 부분 재편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8∼9명이 6일께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할 경우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진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자강파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를 비롯해 새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