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누가 해당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가.

운전석에 앉아만 있던 탑승자인지 자율주행차를 만든 제조사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탑승자는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자율주행차의 소유자이고, 제조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운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교통사고와 손해배상책임'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이런 논란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교통사고 배상책임의 주체가 자동차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운행을 지배하는 '운행자'와 실제 운전행위를 하는 '운전자'로 나뉘는 점을 지적했다.

운수사업용 차량이 아닌 개인용 승용차는 이 운행자와 운전자가 일치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개인용 승용차라고 할지라도 운전과 운행이 분리된다.

실제 운전행위를 하지 않은 자율주행차 탑승자(보유자)를 운전자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책임주체는 운전자? 제조사?
이런 특수성을 지닌 자율주행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에 대한 대안으로 황 연구위원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피해자에 대해 1차 책임을 부담하고 자율주행 차량이나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보유자가 제작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다.

최근 독일과 영국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현행법 체계에서 관광버스가 사고를 낼 경우 버스 운전자가 아닌 운송업체가 원칙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운전자)이 사고를 냈어도 보유자(운행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단, 사고 위험을 통제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사고의 발생 원인이 제작사 측의 통제범위에 있으므로 제작사가 사고 피해에 대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제작사 책임법제는 실질적인 주된 사고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과실책임 원칙에 부합한다.

하지만 현재 운행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현행법 체계에서 자율주행사고를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취급할 근거가 없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제작사가 공동으로 1차 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운행자인 보유자와 위험 원인을 제공한 제작사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공평할 수 있다.

이 방안 역시 단점이 있다.

복수의 책임주체를 인정하면 보험가입 의무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 보험료는 누가 납입하고 사고 발생 시 신고 의무는 누구로 해야 할지 등 보험제도의 운용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일반 교통사고 피해자보다 자율주행사고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황현아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 법제 개선방안을 논의함에 있어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자 구제를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자동차 보험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 콘퍼런스는 보험연구원, 손해보험협회, 교통안전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