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 환담한 자리에서 ‘뼈 있는 말’이 오고 갔다. 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인사하자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답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주최한 두 차례 여야 대표 청와대 회동에 불참했다. 이날 20여 분간 이뤄진 비공개 만남에서 야당 대표들은 내년 예산안과 문 대통령의 협치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덕담 이어간 여당 대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5분 국회에 도착해 곧장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해 국회의장단, 여야 대표단과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고용상황만 좋아지면 경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니 오늘 제출된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의 여야 영수회담 제안을 의식한 듯 “홍 대표가 미국에 다녀온 것이나 박주선 부의장이 태국에 다녀온 것에 대해서는 따로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홍 대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여당 대표들은 덕담으로 화답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을 잘 풀어 좋은 전기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경제지표는 좋지만, 고용상황은 어렵다고 하셨는데 국회가 잘 협의하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에서 내놓게 될 내용에 대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과로 돌려드리는 것으로 여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은 미래 설계의 기반이므로 매우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뒤 기자들에게 “시정연설에서 (개헌 관련) 기본권만 얘기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가 빠진 건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부 요인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의 환담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5부 요인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의 환담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야당 대표는 협치 부족 지적

야당 원내대표들은 가시돋친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다”며 “경제 곳간은 푸짐한데 정치 곳간도 너무 옥죄지 말고 많이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대통령이) 협치의 마음을 가지고 야당도 방문해주셨는데 지금은 협치와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대화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러 가지 경제 복지 정책 등은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폭도 너무 광폭”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 방송통신위원회법 등 예산과 법안에서 쟁점들이 많은데, 야당 때 제출했던 법안은 수용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최저임금은 이미 이뤄진 것이니 안착할 수 있도록 (국회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답했다. 남북관계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하고 난 후에 혹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설명하겠다”고 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