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채용시장 '드래프트제' 확산
야구 등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를 뽑는 방식인 ‘드래프트제’를 인력 채용 방법으로 활용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인력난 속에서 구직자의 입사 의욕을 높이고 인재까지 뽑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채용업체 리브센스는 전직을 희망하는 엔지니어가 자신이 보유한 기능, 희망하는 보직 등을 입력하면 채용 희망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연봉 등을 제시하는 ‘전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각 팀이 선수의 경력과 특징을 살핀 뒤 뽑고 싶은 선수를 지명하는 드래프트제의 특징을 빌렸다.

지금까지 엔지니어 100여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전직했다. 올해부터는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프로필만 제대로 쓰면 응시자의 90% 이상이 한 개 기업 이상에서 취업 제안을 받는다”는 게 리브센스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일반적인 알선업체를 이용하게 되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단계에서 기업과 연봉 등의 조건을 협의한다. 드래프트제를 활용한 전직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엔 실력을 바로 평가받아 기업과 임금 수준을 협상할 수 있다. 이전 직장에서 받던 금액을 토대로 정해지는 과거의 연봉 산정 방식과 크게 다른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경력직뿐 아니라 대졸 취업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오사카에 있는 벤처기업 아이플러그가 운영하는 오퍼박스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력서와 동영상, 사진 등을 올리면 기업이 채용을 제의해 면접이 치러지도록 했다. 이 사이트에는 2019년 졸업 예정인 대학 3학년 학생 2만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