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붙인 채 질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박명재·엄용수·이현재 의원.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붙인 채 질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박명재·엄용수·이현재 의원.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한 지 나흘 만인 30일 오전 복귀했지만 국감장 곳곳에서 여야 간 마찰이 벌어졌다. 각 상임위 국감에 출석한 한국당 의원들이 책상 위 노트북 앞면에 일제히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팸플릿을 붙이면서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언론이 사망했다’는 항의 표시로 장례식장에서 볼 법한 검정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국감장에 나타났다.

KBS·MBC의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벌인 여야 간 설전은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도 ‘방송장악’ 문구를 국감장에서 치우라는 민주당과 버티는 한국당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모두 ‘방송장악 논란’과는 무관한 상임위다.

기재위에서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 의원들의 ‘팸플릿 시위’에 대해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이 철저히 하수인화하고 종속되지 않았나. 게시글을 제거해 국감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이 “민주당 소속인 김현미 의원도 기재위에서 ‘공약포기 인생포기, 박근혜 정부’라는 팸플릿을 노트북에 부착한 전례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외통위에서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왜 검은색 넥타이를 메고 왔는지 아느냐”며 “여당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행동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 메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은 집권 당시의 방송 장악을 유지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정무위에서도 김한표 한국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 것”이라며 팸플릿을 치워달라는 민주당 측 요구를 거절했다.

농해수위 소속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정치적 쟁점이 아닌 민생 중심으로 가자고 주장해 놓고 이런 (팸플릿) 문구를 들고 나온 것이 부끄럽지 않나. 좀 내려달라”고 했지만 한국당은 팸플릿을 내리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30, 31일 종합국감 때는 지난 국감에서 시간상 충분히 질의하지 못한 기관들을 대상으로 질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방송사 문제와 무관한 상임위마저 정쟁에 빠져들었다”고 비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