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며]는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세 명의 기자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쇼핑 목록'입니다. 세상은 넓고 신상품은 많지만 우리의 지갑은 얇기만 하죠. 허투루 지갑을 열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 상품 사야 돼 말아야 돼, '지갑을 열며'가 대신 고민해 드립니다. 이제 똑똑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거듭나 볼까요. [편집자주]

허쉬 초콜릿, 스니커즈, 토블론, 페레로 로쉐.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초콜릿 브랜드가 있다. 비슷비슷해보이면서도 저마다 또 다른 맛을 낸다. 카카오의 진하고 쓴 맛을 추구하는 브랜드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는 브랜드도 있다. 존재하는 초콜릿의 종류 만큼이나 사람들의 취향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한 브랜드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그 중에도 유독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웨이퍼(웨하스)형 초콜릿의 대명사 '킷캣'이다.

지난 26일 네슬레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신세계백화점에 킷캣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그동안 한국에서 맛볼 수 없었던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플레이버 디스커버리' 5종과 프리미엄급 킷캣 '수블림' 시리즈 4종을 출시했다.

마트나 편의점 등 다른 매장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오직 플래그십스토어와 온라인 킷캣 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 제품들을 [지갑을 열며] 에서 맛보고 평가해 본다.
◆멜론·사케·딸기·호지차·녹차…일본에서만 파는 5가지 플레이버

이번에 소개된 프리미엄 미니 킷캣 5종의 특징은 '지역'을 콘셉트로 했다는 점이다. 멜론&치즈는 훗카이도 멜론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딸기는 아마오우 딸기, 녹차와 호지차는 우지 녹차, 사케는 도야마현의 사케를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녹차 킷캣은 일본을 여행하는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공항에서 박스 단위로 구매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멜론&치즈는 훗카이도 멜론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은 화이트 초콜릿 바다. 포장을 뜯자마자 멜론의 상큼한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맛은 상큼함보다는 '단 맛'에 방점이 찍혀 있다. 상대적으로 마스카포네 치즈의 색깔은 옅다. 멜론 향이 느껴지는 화이트 초콜릿이라는 느낌. 첫인상은 신선하지만 입 안에서는 다소 평범하다.

사케 킷캣의 경우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맛. 입 안에 넣자마자 사케 특유의 향이 가득히 느껴진다. 먹기 전에는 위스키봉봉(초콜릿 볼 안에 위스키가 들어 있는 초콜릿) 타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초콜릿 자체에 사케를 넣어 만든 듯하다. 사케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겠지만 사케 특유의 쌉싸름한 느낌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소량(0.8%)이지만 실제 술이 들어 있으므로 '어른을 위한 초콜릿'으로 분류해야 할 듯.

아마오우 딸기 킷캣은 딸기의 상큼함을 잘 살렸다는 느낌. 화이트 초콜릿과의 조합이 최근 유행하는 실제 딸기 과즙을 넣은 딸기우유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예상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다섯 개의 플레이버 제품 중 가장 무난한 맛.

녹차 킷캣은 진한 녹차 맛과 부드러운 초콜릿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공항 면세점에서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호지차 킷캣은 5가지 플레이버 중 가장 강한 맛을 자랑한다. 녹차 킷캣과 비슷한 듯하지만 볶은 차 특유의 씁쓸하고 고소한 맛이 초콜릿의 느끼한 맛을 눌러 준다. 앞선 네 개의 킷캣이 초콜릿의 단 맛을 기본으로 향을 입혔다면 호지차 킷캣은 초콜릿&웨이퍼의 단 맛과 호지차의 고소한 맛이 적절히 밸런스를 이룬다.
◆이건 킷캣이 아니다…'비터·밀크·화이트·녹차' 수블림 4종

킷캣의 프리미엄 버전인 '수블림(Sublime)'은 절묘한, 탁월한, 감탄할 만한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기존 킷캣과 차별화되는 맛을 추구한다.

수블림 킷캣은 2줄이 붙어 있는 킷캣의 전통적인 모양을 버리고 길쭉한 모습이다. 초콜릿 역시 일반 킷캣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 특별히 제조한 수블림용 커버추어 초콜릿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은 1개입 3600원으로 기존 킷캣과 큰 차이가 있고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초콜릿보다도 높은 편이다.

수블림 비터는 카카오 66%의 커버추어 다크 초콜릿으로 만들어 그간 킷캣에서 맛볼 수 없었던 풍부한 향과 쓴 맛을 느낄 수 있다. 기존에 킷캣을 먹던 사람보다는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즐기던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맛.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들은 식감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수블림 비터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프리미엄 카카오에 우유를 넣었다는 수블림 밀크는 단 맛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수블림 화이트는 화이트 초콜릿 특유의 불쾌한 식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블림 밀크보다 단 맛이 부드럽게 정리되는 느낌.

수블림 녹차는 화이트 초콜릿에 교쿠로 녹차잎을 넣어 진한 녹차 맛이 느껴진다. 녹차 킷캣과 비교해 보면 단 맛은 적고 녹차 특유의 씁쓸함이 더 강조됐다는 느낌. 실제로 두 킷캣을 비교해 보면 차이점이 한 눈에 느껴진다.
◆아쉬운 가격…호지차·녹차는 '추천'

전반적으로 중량 대비 가격이 높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4개입 플레이버 디스커버리가 5500원으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킷캣의 3배 가까운 가격. 개당 3600원인 수블림 역시 비슷한 타깃층의 제품에 비해 고가다.

킷캣이라는 브랜드가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가 아닌 가볍게 즐기는 대중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부담이 되는 가격 정책.

5가지 플레이버 디스커버리 중에는 호지차 킷캣을 가장 추천할 만하다. 기존 킷캣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존 인기 플레이버인 녹차의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수블림 4종 중에는 비터와 녹차를 추천한다. 일반 초콜릿 중에는 카카오 함량을 높인 제품이 많지만 코팅 초콜릿 중에는 드물다. 녹차 역시 기존 녹차 초콜릿보다 훨씬 진한 맛으로 어필할 수 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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