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무해 광고는 기만적 행위' 내부의견 묵살 정황"…감사 청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 모임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사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산업이 판 '가습기메이트'에는 독성물질로 밝혀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들어 있었다"면서 "이들 기업은 이를 무해하다며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SK케미칼은 1994년 '가습기메이트'에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물에 직접 넣어 섞어주십시오"라고 광고했다.

애경은 2002년 '가습기메이트 솔잎향'을 출시하며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광고했다.

공정위는 이 제품들 설명서에 CMIT·MIT 함유 사실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던 데 대해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2016년 8월 심의절차종결 결정을 내렸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부당광고한 부분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가습기참사넷이 공개한 2016년 7월 작성된 공정위 내부 '심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공정위 사무처는 'SK케미칼과 애경이 반드시 표기돼야 할 인체 안전 관련 정보를 은폐·누락하면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 광고행위를 했다'고 보고했다.

심사보고서는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회사의 책임자들을 고발해야 한다'면서 '과징금을 애경은 81억원, SK케미칼은 250억원의 한도에서 부과해야 한다'고도 의견을 냈다.

가습기참사넷은 "결국 공정위 전원위가 참사 책임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정부가 바뀐 지금 공정위가 심의를 다시 개시하더라도 제품 판매 종료일이 2011년 8월이었던 데 따라 형사처벌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소송에서 기업 측 변호사를 맡았던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이후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복귀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맡은 정황이 있다"면서 "감사원이 공정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