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6일 “국회를 무시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유남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문회를 통해 부적격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며 “국회 청문 절차 없이도 청와대가 유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만큼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라”고 날을 세웠다.

권 위원장은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날짜를 정하기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소집도 거부하겠다는 태도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기간 내 청문회를 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유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지난 24일 국회에 제출됐다.

권 위원장은 “이달 초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자 곧바로 소장 권한대행으로 임명됐다”며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요청하기 전에 먼저 헌법재판소장 지명 여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혀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만약 유 후보자를 다시 소장으로 지명하면 두 번에 걸쳐 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낭비”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강원랜드 채용청탁 건으로 제척돼야 할 상황인 만큼 끝까지 청문회를 거부하면 다른 당 법사위원들과 실시하거나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유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